유통업계가 미디어커머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늘어난 영상 콘텐츠 수요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기존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CJ,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도 미디어커머스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에 힘을 쏟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내년 1분기에 미디어커머스 관련 사업부를 분사,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선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다스튜디오를 별도 법인으로 꾸려 성장 가속화를 꾀한다. 금융투자자(FI)로부터의 투자자금 유치도 추진 중이다.
미디어커머스는 영상 콘텐츠와 커머스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영상 기반이라는 점에서 라이브커머스와 같지만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아니라 미리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상품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마케팅 창구로 활용한다. 마약베개, 소형안마기, 건강기능식품 등이 미디어커머스로 성공한 대표 상품군이다. 빠른 상품 소싱력과 트렌드에 맞는 영상 제작 역량은 필수다. 올해 CJ ENM 다다스튜디오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130% 증가한 250억원으로, 분사를 통해 3년 안에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역시 미디어커머스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60억원을 출자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했다. 제작한 영상 콘텐츠로 본업과 시너지를 꾀하고, 영상 커머스와 언택트 소비 등 빠르게 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마인드마크 설립 후 콘텐츠 제작사인 실크우드, 스튜디오329를 잇달아 인수하며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커머스 영역까지 수익 모델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미디어에 기반을 두고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미디어커머스 채널 '먼데이박스'를 론칭, 영상 콘텐츠를 통한 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 역시 지난 7월 미디어커머스 스타트업 '컬쳐히어로'에 지분 20억원을 투자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새로운 플랫폼인 미디어커머스로 영역을 확장, 신성장 동력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이 미디어커머스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른 스타트업 중심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현재 블랭크, 에이피알, 데일리앤코, 브랜드엑스, 어댑트 등 미디어커머스 스타트업 주요 5개사의 최근 3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91%에 이른다. 블랭크는 차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으로 꼽힌다.
수익성도 장점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자사몰 중심의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마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품 판매 수익뿐만 아니라 광고주가 의뢰한 상품 영상을 제작하는 광고 수익 모델도 꾀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과 NHN AD 등 광고 회사들도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을 앞세워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이 다변화하고 커머스에서 영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통기업도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에 이어 대기업도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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