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산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도출 및 혁신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디지털경제 선도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을 주도할 산업데이터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 가속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 글로벌가치사슬(GVC) 전략 변화 등에 따라 거세지는 전통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요구에 주목했다. 우리나라 산업에 최적화된 혁신 전략과 인프라 확대, 적극적 정부 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산업데이터'를 주목하라
30일 이광재·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전자신문사가 공동주최한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전략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산·학·연·관 전문가들은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지능화를 정의하며 한국형 혁신 전략을 강조했다.
장영재 KAIST 교수는 산업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것보다 전체 산업 관점에서 데이터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식과 정보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흐르는 산업 특성을 고려했다.
장 교수는 “산업데이터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연결되지 않으면 효율을 높일 수 없다”면서 “공용 플랫폼화를 통한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데이터 개방·공유 방법에 주목했다. 최근 GVC 재편 등에 따라 이종업계 간 협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에서 데이터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이 아닌 전체 밸류체인의 협업과 구체적인 목적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그는 “최근 업종별, 네트워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산업 현장 데이터를 서로 공유해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대 SK C&C 부사장은 기업들의 '데이터 주권' 의식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산업 특성상 데이터 공유를 '유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 운영 주체가 데이터 공유자에게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대기업에 장비 데이터를 제공하면 자신들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소기업도 있다”면서 “각 업체에 신뢰를 주는 것은 물론 주인의식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장은 표준화와 보안을 강조했다. 산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별, 업종별로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서로 다른 주체 간 정의가 다르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서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데이터 인프라 확보 절실
산업데이터 확산을 위한 인프라 확보에도 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법적 기반 마련은 물론 데이터센터, 인력 개발 등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고민정 의원이 발의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 촉진법'은 큰 의미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산업데이터에 사실상 재산권의 의미를 부여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촉진법은 디지털화된 모든 산업 영역의 정보를 산업데이터로 정의한 첫 시도”라면서 “산업데이터 진흥과 정부의 역할을 규정해 처음으로 가시화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회장은 정부가 산업데이터 활용의 구심점 역할을 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 주체들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마련된다면 한층 신속하게 산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급자와 수요자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데이터의 주요 수요자인 중소기업은 기술적 이해도가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술 도입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12개 데이터 지원센터를 구축했다”면서 “우리 중소기업을 위해 이 같은 데이터센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산업데이터에 특화된 인력 양성도 강조됐다.
김태환 회장은 현장에 있는 인력들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다.
장영재 교수는 산업데이터 기반의 신기술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장 교수는 “재직자가 1년 정도 학교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돌아간다면 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산업부와 교육부가 이 같은 재교육 장치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