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상에서 현실로...서울대, 알파고의 한계 넘어선다

“인공지능(AI) 패러다임이 갇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때가 됐다. AI가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나와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초대 원장은 1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서울대 AI연구원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AI연구의 현황과 전망'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은 지난해 12월 4일 설립된 AI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AI 정책과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022년 건립 목표인 해동첨단공학기술원(해동첨단공학관)의 설계 디자인 모습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서울대에는 고 김정식 대덕전자 창업주가 AI 연구 지원금 500억원을 기부했고, 율촌재단에서도 AI 교육 지원금으로 장학금을 기부했다. AI연구원 아래 10개의 AI 선도혁신 연구센터가 신약개발부터 건강·돌봄, 금융경영, 교육 등 다학제적 융합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AI연구원은 차세대 AI연구를 딥러닝의 한계로부터 출발했다. 장 원장은 “'알파고'는 훌륭하지만, 바둑판을 보거나 바둑둘을 두진 못한다”라며 현재의 AI에 대해 뇌만 존재하고, 세상을 인지하고 배울 수 있는 '몸'이 없다고 지적했다. AI가 가상세계 기술로만 작동하고, 현실세계에서 학습하거나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이 1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AI연구원 심포지엄에서 AI 연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이 1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AI연구원 심포지엄에서 AI 연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장 원장은 어린아이가 체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과 비교하면서 AI가 인간처럼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기술에 주목했다. 'AI가 아이들처럼 세상을 배워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베이비마인드'가 대표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 등 복합지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장애 아동 교수법, 영유아 학습교재 및 환경개발도 가능하다.

아울러 AI가 동영상을 보고 스토리를 이해하는 '비디오 튜링 테스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안면인식, 컴퓨터비전, 청각지능, 언어지능 등에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AI연구원은 실험실을 마치 가정환경처럼 꾸몄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등을 이용해 24시간 가사업무를 체험·학습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 왼쪽부터) 김중원 농심데이타시스템(NDS) 대표, 신동익 율촌재단 이사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초대 원장이 서울대 AI연구원 실험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중원 농심데이타시스템(NDS) 대표, 신동익 율촌재단 이사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초대 원장이 서울대 AI연구원 실험실을 둘러보고 있다.

장 원장은 “새로운 인지능력, 지각능력, 행동능력까지 갖춘 AI를 연구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AI의) 머리만 연구했다면 이제 '몸'과 결합되면 새로운 산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노동영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 겸 연구부총장은 “AI연구원 설립 이후 AI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도 AI가 접목되면서 새로운 혁신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AI에 관심은 있지만, 참여하지 못했던 교수들도 융합연구로 이끌었으며, 모두를 위한 AI 연구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최양희 초대 AI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앞으로 산학협동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제도나 법, 윤리에서도 서울대 AI연구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