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소재부품 전문기업' 고도화 방안 찾는다

정부가 지난 2002년에 도입한 '소재부품 전문기업'에 대한 획기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소재·부품 기업을 전문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당근책'이 전무, 저조한 신청 건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최근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기업 육성 방안 연구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을 키워 소부장 자립망을 갖추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2002년 소재·부품 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소재·부품 전문기업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 기준 전문기업 등록업체 수는 총 5336개다. 그 가운데 직원 수 10명 미만 소기업 비중이 80.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98.8%(5272개)다. 중견기업 이상은 1.2%(65개)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전문기업 지원은 2009년에 그쳤다. 이후 별도의 사업이 없어 (전문기업이)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면서 “소부장의 근간인 소재·부품 전문 기업을 위한 획기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2~2019년 연도별 소재부품 전문기업 수 자료:KEIT
2002~2019년 연도별 소재부품 전문기업 수 자료:KEIT

KEIT는 이번 연구에서 소부장 전문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 발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소부장 창업기업이 전문기업을 거쳐 향후 강소기업 100, 으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 부처 간 협업 체계도 마련한다. 오는 2030년까지 소부장 전문기업을 현재 대비 4배 이상 확대하는 게 목표다.

특히 전문기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비용 등에 한계가 있는 소규모 기업은 원천기술 개발보다 공정기술, 제품화 기술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전문기업은 지역 주력 산업이 발달한 경기(31.3%, 1672개), 대구(15.7%, 840개), 경남(11.4%, 609개), 경북(11.4%, 607개)에 집중됐다. KEIT는 소기업이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감안, 지역기업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