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8주년을 맞은 KRX석유시장이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 인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수 정유사 중심의 과점 체제를 형성했던 기존 석유제품 유통시장에 처음으로 전자상거래 기반 경쟁체제를 도입한 효과가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2012년 3월 개설한 KRX석유시장에서 지난달까지 총 310억리터(ℓ)가 거래됐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39조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3년간 KRX석유시장 내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국내 전체 석유제품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6%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까지 성장했다.
KRX석유시장은 소수 정유사 중심으로 석유제품이 유통되는 과점 형태의 유통시장 구조를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2008년 두바이 원유가 배럴당 140.70달러까지 폭등하다가 연말에 36.45달러로 폭락하고 이듬해 재차 반등하며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겪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유가 변동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11년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을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KRX에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설했다. 증권처럼 손쉽게 장내에서 경쟁적으로 석유제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현재 KRX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은 자동차용 휘발유와 경유, 난방용 등유 등 3가지 유종이다. 증권시장과 유사하게 참가자간 경쟁으로 매매가 체결되는 경쟁매매, 대량거래 시 가격 급변동을 방지하고 원활한 배송을 지원하기 위해 참가자 간 매매조건을 협의해서 거래할 수 있는 협의상대 매매로 나뉜다.
일반 증권시장과 달리 일반인이 아닌 석유사업법에서 정한 저유시설을 갖춘 업자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거래에 참여하면 수입부과금 환급,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 혜택을 받는다.
지난달 말 기준 정유사, 수입사, 대리점, 주유소 등 1961개사가 KRX석유시장 회원으로 참가했다. 주로 정유사와 수출입업자 등이 매도를, 대리점과 주유소 등이 매수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KRX석유시장에서 수입부과금 환급 등 인센티브를 매개로 저렴하게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한 주유소가 소비자 가격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KRX석유시장에 참여한 주유소의 인근 주유소도 판매가격 경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는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KRX석유시장 거래량도 감소했다”며 “하반기에 점차 거래량이 증가해 전년도 동월 거래량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주유소 선호도가 높은 온도에 따라 석유제품 거래대금을 산정하는 온도환산종목 추가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표. KRX석유시장 연간 거래량 추이(단위: 백만리터) (자료=한국거래소)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