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전문가 영역에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AI)은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본격 대중화됐다. 이 흐름은 인터넷 대중화보다 훨씬 더 빠르고, 영향력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강력했다. AI 발전은 컴퓨터가 사람 지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에는 딥러닝 기술이 성과를 거두면서 학습을 통한 데이터 개발 방법론이 현재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딥러닝에서 빅데이터는 자동차 엔진에 필요한 기름처럼 불가분 관계를 형성하게 했다. 최근 정부는 데이터 3법을 개정,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3법 시행으로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데이터가 활용되면서 이종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생태계 출현도 예상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는 금융 산업이다. 이미 오픈뱅킹, 대출조회, 보험조회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해 다양한 기술이 도입됐다. 특히 보험은 디지털화가 더딘 분야로, 데이터 3법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슈어테크 기업 레모네이드는 올해 7월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주목받았다. 레모네이드는 2015년 뉴욕에서 설립된 온라인 주택보험 업체로, AI와 행동심리학 요소를 반영한 챗봇을 통해 보험상품을 추천하고 간편하게 가입·보상 절차까지 가능하다. 3초 만에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로도 유명하다. 레모네이드는 판매 에이전트 없이 AI와 머신러닝 기술만으로 보험 영업에서 효율성을 증대, 보험 산업을 혁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 산업은 설계사를 통한 고객 직접 모집을 영업 중심으로 하는 구조다. 보험 영업 관점에서 정보기술(IT)은 모집한 보험 계약을 입력하는 창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보험 산업의 미래를 AI에서 찾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 지원 등 기존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형태에서부터 자동심사, 보험 사기 예측 및 사전 적발 프로그램 등 해당 분야의 전문 영역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험 계약 대출 서비스, 변액보험 펀드 관리 서비스, 고객창구 키오스크 시범 운영, 챗봇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도입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실 보험은 어떤 분야보다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보험설계사와 보험 전화 영업에 대한 부정 인식까지 더해져 있어서 더욱더 투명하게 고객에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그러기 위해 AI 역할이 더 기대되고, 여러 기업에서 이 부문에 도전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미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보험 범위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간편 보험료 청구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원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기업들은 고객 보험을 진단해 고객에게 필요한 보험을 추천하고, 설계사를 연결해 주거나 다이렉트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각 보험사가 연구개발(R&D)하고 있는 AI 활용을 본격화하면 실제 고객이 그 혜택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우선 데이터 3법이 시행됨에 따라 개인 정보 활용이 본격화하면서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춤화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헬스케어 분야와 산업 간 융합으로 예측과학·예방의학 등과 연계해 개인 건강 관련 데이터를 분석, 향후 예측 가능한 질병 보장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험은 이제 AI 기술을 본격 적용하기 시작됐고, 그에 대한 고도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많은 보험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보험 AI에 대한 적극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더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연구원(AIRI)에서도 AI를 활용한 보험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이는 등 보험 산업의 AI 기술 활용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장 youngkim@ai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