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는 요즘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다.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북유럽 감성과 앞선 품질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간 판매 1만대를 훌쩍 넘어선 메이저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볼보의 세심하면서도 앞선 제품 전략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실제 파워트레인 전략에 있어 볼보는 글로벌 어느 자동차 브랜드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기환경 이슈의 선제 대응을 위해 글로벌에서 처음으로 디젤 엔진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올해 7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40년 기후 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본사의 탄소 배출량 저감 계획에 따라 모든 모델에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 대신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탑재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내연기관(D5·T4·T5·T6)을 대신해 MHEV, PHEV 등 새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대체한다.
새 표준 파워트레인은 'B' 배지와 함께 선보이는 MHEV다.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2.0ℓ 가솔린 엔진과 결합한 엔진 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48V 추가 배터리와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 DC·DC 컨버터를 통합하고 전자제어식 브레이크 시스템이 에너지 회수 시스템과 상호 작용한다. 이를 통해 10% 연비 개선과 1㎞당 7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하고 더 역동적 성능과 정숙성을 발휘한다. 볼보 2021년식 모델 파워트레인은 B4(197마력), B5(250마력), B6(300마력), 리차지 T8(405마력·전기모터 포함)로 구성했다.
지난달 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MHEV 모델 출시를 기념해 충남 태안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오늘의 작은 변화, BE BETTER'를 주제로 시승 행사를 열었다. 이날 체험한 차량은 B4 엔진을 탑재한 XC40, B5 엔진을 얹은 크로스컨트리(CC) V60다.
먼저 XC40 B4 운전대를 잡았다. XC40은 볼보의 소형차 전용 모듈 플랫폼인 CMA를 최초로 적용한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B4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97마력/5400rpm, 최대토크 30.6㎏·m/1500~4200rpm의 힘을 갖췄다. 48V 배터리가 출발과 가속,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한다.
XC40 디젤 엔진 모델과 비교하면 일단 정숙성이 뛰어나다. 소음이나 진동은 일반 가솔린 엔진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디젤보다 조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속에서 유입되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크게 느껴졌다. 가속력도 디젤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 작은 차체에 출력이나 토크가 모두 넉넉한 편이다. B4 엔진은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와 맞물렸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세팅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높인다.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XC40 B4는 전 트림에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을 기본 장착했다. 모듈식 설계를 도입해 시스템 무게를 줄이면서 효율성을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날씨나 지형에 따른 도로 변화에 따라 동력을 재분배해 사고 위험을 줄인다. 복합 연비는 10.4㎞/ℓ로 동급 디젤 SUV보다는 조금 낮은 편이다.
다음 시승 차량은 크로스컨트리 V60이다. 세단과 SUV, 에스테이트(왜건)의 장점만을 섞은 크로스오버 모델로, 볼보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시승차에 탑재한 B5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0마력/5700rpm, 최대토크 35.7㎏·m/1800~4800rpm를 발휘한다. 앞서 시승한 B4보다 출력과 토크가 높아 한층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엔진은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와 조합해 우수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 주파 시간이 6.9초에 불과할 만큼 날렵하다. XC40 시승 때 느껴졌던 소음 유입도 크로스컨트리는 잘 억제했다. 크로스오버 모델임에도 핸들링이 정교하다. 묵직한 운전대에 원하는 만큼 코너를 민첩하게 빠져 나간다.
도로 상황과 선호도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연료 효율을 향상시켜주는 에코 모드, 일상 주행에 유용한 컴포트 모드, 역동적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 모드, 험지 주행에 적합한 오프로드 모드에 운전자 선호도에 따라 주행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모드까지 총 5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연비는 크로스컨트리 V60이 XC40보다 살짝 더 높다. 복합 연비는 10.6㎞/ℓ로 실제 시승 시 자동차 전용도로 위주의 한적한 시승 코스에서 정속 주행 시 12㎞/ℓ 이상을 달릴 수 있었다. 두 차종 무게는 비슷하지만 크로스컨트리 V60 힘이 더 센 영향이다.
XC40부터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모든 안전장비를 넣어 안전에 대한 상향 평준화를 이뤘다는 점은 볼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전 모델에 탑재한 시티 세이프티는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사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형 동물을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시스템이다.
여기에 명확히 표시된 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사전에 설정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최대 140km/h까지 설정된 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 II를 비롯해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첨단 안전 기술을 모두 집약했다. 운전자가 타인에게 차량을 빌려주기 전 최고 속도를 설정해 과속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는 케어 키도 새롭게 선보이는 장비다.
이날 시승한 XC40 B4 가격은 4670만~5130만원, 크로스컨트리 V60 B5 가격은 5330만~5940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