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침체와 절망이 빛이 들고 있는 걸까. 최근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RNA 코로나19 백신 'BNT162b'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95% 효능이 있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도 mRNA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94.5%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의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도 바이러스 벡터 기반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19 백신 'AZD1222'이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최대 90% 효능을 나타냈다고 공개했다. 이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세 백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백신, mRNA 백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즉 메신저 RNA를 이용하는 백신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먼저 백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면역계는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물질과 싸우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다음에도 이 물질이 오면 곧바로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외부 물질을 기억하는 면역세포가 생성된다. 따라서 기존에 백신은 면역을 얻으려 하는 바이러스나 세포를 약화된 형태로 주입해 면역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mRNA 백신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RNA는 우리 몸에 대한 유전 정보를 가진 DNA를 번역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이것을 어떻게 백신에 이용하는 걸까? 자, 우리 몸에 면역세포는 외부 물질을 접하면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든다. 이때 외부 물질이 어디에서 오는가는 상관없다. 그렇다면 몸 바깥이 아니라 몸 안에서, 즉 우리 몸의 세포에서 직접 외부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RNA다. RNA가 바이러스를 가진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합성한다면 면역세포는 이를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도 RNA로 단백질을 만든다. 그렇기에 바이러스의 RNA를 인간 세포에 넣으면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정보를 담은 RNA를 인간 세포에 넣는다. 그럼 우리 면역세포는 이 단백질을 인식해 항체를 만든다.
전문가에 따르면 mRNA 바이러스에는 특별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면역세포는 우연히 몸 바깥에서 외부 물질이 들어왔을 때보다 우리 세포에서 외부 물질을 발견했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백신을 저장하고 유통하는 인프라가 중요
이러한 mRNA를 상용화하려면 보관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 RNA가 워낙에 민감한 물질이라 쉽게 분해되어 반응을 극도로 낮추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으면 화학적 반응이 느려지기 때문에 mRNA 백신은 최소로 잡아도 〃20도 정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70도, 모더나 백신은 〃20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이것은 유통과정에서 필요하고 실제 사람에게 접종할 때는 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2~8도 정도를 유지하면 된다. 화이자 백신은 이 온도에서 5일을, 모더나 백신은 30일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비활성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넣은 뒤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끌어낸다. 두 바이러스와는 달리 극저온에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이제 백신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부터 잠시 숨통이 트일까? 물론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 정복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학을 통해 인류는 대처 방안을 찾아 나가고 있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