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20>탄소의 변신

그래핀 구조. <자료 익스트림테크(extremetech)>
그래핀 구조. <자료 익스트림테크(extremetech)>

원소기호 C로 표기하는 탄소는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단어지만 어딘가 어렵고 낯설다. 탄소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탄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의 하나로, 연필심도 되고 다이아몬드도 되는 물질이야”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과 같은 용어는 이런 사람에게도 낯선 존재다.

탄소 소재는 결정 구조(원자의 기본 단위가 규칙 배열된 구조)가 크게 두 종류이다. 다이아몬드 구조와 흑연 구조다. 흑연 구조는 대부분 사람이 사용하는 연필에 쓰이는 친숙한 소재다.

흑연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탄소 소재는 형태에 따라 흑연,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탄소섬유, 활성탄소, 카본블랙 등으로 나뉜다. 이른바 6대 탄소 소재로 불리는 이들 소재는 특성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흑연은 탄소 원자가 6각형 구조로 배열된 판 형태가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흑연 구조에서 한 층을 떼어 내면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주인공인 그래핀이 된다. 이 그래핀이 튜브 형태로 말려 있으면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탄소나노튜브가 된다. 탄소섬유는 흑연 구조가 가는 실 형태로 되어 있다. 활성탄소는 내부에 공간이 많다. 카본블랙은 작은 탄소 입자가 체인처럼 연결됐다.

연필심으로 잘 알려진 흑연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로도 쓰인다.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전지는 흑연을 음극재로 사용한다. 제철·제강과 실리콘 잉곳 등에도 흑연이 사용된다. 이 때문에 흑연이 없으면 제조업부터 정보기술(IT)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그래핀 같은 나노탄소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전기전도성이나 열전도성, 기계 강도 등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탄소나노튜브는 최근 이차전지 양극재 부분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향후 엑스선 발생기, 전도성 플라스틱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핀 역시 이차전지 음극재, 전자파 차폐재, 방열판 등에 두루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보다 훨씬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의 굵기는 10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m) 정도다. 비행기, 자동차, 스포츠용품 등에 널리 사용된다. 향후 활용 분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 물자이기도 한 탄소섬유는 정부 전략 소재 자립화 정책에 힘입어 향후 기술 개발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카본블랙은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그을음이다. 타이어나 신발 밑창, 프린터 토너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전도성 플라스틱, 이차전지 양극재, 연료전지 등 에너지 저장 분야에도 널리 활용된다. 시커먼 그을음이 배터리 핵심 소재로 쓰이고 있다니 탄소의 변신은 끝이 없다.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탄소 소재는 숯이다. 숯은 활성탄소 원료의 하나다. 활성탄소는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많이 뚫려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해로운 물질을 내부 공간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는 환경 필터, 화학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흡착 소재로 사용된다. 우리 선조도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아기가 태어나면 집에 숯을 걸어 뒀다. 오래전부터 활성탄소의 역할을 알고 있던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주요 선진국은 탄소 소재 관련 기술을 수십 년 전부터 축적해 왔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 대비 80~90% 기술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앞으로도 탄소는 변신을 통해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향후 집중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최영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탄소·나노 PD
최영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탄소·나노 PD

최영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탄소·나노 PD carbonnano@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