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약은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기술로 설명한다. 이런 용어는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일상에서 수시로 등장할 만큼 친숙해져 있다. 정밀의료기술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에 의한 개인 유전정보 분석과 함께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노벨화학상 수상이 이뤄져 가치와 파급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생물학적 생명 단위인 세포에서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졌으니 살아있는 약인 세포치료제 개발기술은 미래에 큰 발전과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포치료제 본질인 세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세포는 각각이 모두 다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에 맞게 우리는 이제까지 적에 대한 고도의 분석으로 승리도 많이 거두고 있다. 그러나 백전백승 단계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암세포의 비균질성을 이해하기 위한 단일세포 연구와 다양한 종류의 정보 분석를 바탕으로 많은 질병에서 치료효능이 급증하고 있지만, 난치성 질병의 경우 아직도 답이 없다. 정작 '나'에 대해 많이 무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약들은 화학구조에 기반했다. 저분자 약물, 재조합 단백질, 항체, 심지어 유전자까지. 모두 그 구조와 나름의 예상 기능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작은 소우주라고 할 만큼 복잡하고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생명을 유지하는 세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세포치료제 연구 개발자인 필자는 치료제 능력에 비해 효능을 발휘 못 하는 기술적 한계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뇌 기능의 10%도 사용 못 한다고 하는데, 세포치료제 효능도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우리는 이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의 치료제 형태의 변화와 효능의 혁신을 차분히 고민하며 준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세포는 보통 70조개로 이뤄진다. 하나의 수정란 세포에서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세포로 분열돼 사람이라는 생명 개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 논문을 보면 세포가 분열할 때 DNA는 동일하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자는 분열된 세포로 동일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는 비슷하지만 동일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비균질성'이다. 이 개념은 암과 같은 질병을 이해하고 개인맞춤형 치료를 디자인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지만, 이에 대항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서는 다양한 암종에 반응할 수 있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가능성, 희망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질병을 구성하는 세포의 분석뿐만이 아니라, 치료제의 주인공인 세포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 및 대응이 필요하다. 단일세포 수준에서의 분자생화학적인 오믹스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각 세포의 특성을 충분히 분석함으로써 타깃 질병과 그 세포에 대한 반응, 치료효능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세포 기반 치료제가 변화될까? 항암면역 세포치료제 개발을 예로 추측해보자. 현재까지 쌓여있는 암과 면역세포의 오믹스 데이터, 3D와 인체유사환경 개념을 바탕으로 세포 상호작용, 인식, 기능적인 측면을 분석해 생물학 기초와 치료제 효능을 재해석하는 기술들로 개발될 것이다. AI를 이용한 암세포 타깃팅, 항암살상 모델링, 예측, 시뮬레이션과 같은 새로운 접근들이다. 화학과 분석이 생명과학의 현재를 만들어 왔다면, AI 및 수학 또는 물리학과 같은 분야가 흩어진 방대한 정보들을 통합하고 정리하게 된다. 미래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생명현상 및 치료효능에 대한 통찰을 갖게 할 것이다. 그 변화 중심에 정밀의료기술이 있을 것이다.
김태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tdkim@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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