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친환경 보일러 지원 예산이 반토막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연속 지방자치단체가 매칭 예산을 적게 확보하면서 보급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보일러 지원 예산은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한다.
7일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콘덴싱 보일러) 보급사업' 정부 예산이 3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보다 41.2%(210억원)나 줄었다.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된 이유는 올해 예산 집행률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쓰지도 못할 예산은 받아 가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10월 현재 이 사업을 통해 보급한 콘덴싱 보일러는 22만7905대로, 계획물량(47만여대) 대비 실적달성률이 48.3%에 그친다.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국비+지방비' 매칭펀드 형태로 운용되는 사업 방식 때문이다. 국비 60%(12만원), 지방비 40%(8만원)를 합쳐 보조금 20만원을 지급한다.
지방비가 없으면 국비가 아무리 많아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구조다. 재정이 열악하거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은 수요가 있어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이유로 2019년 실적달성률은 19.2%로 저조했다. 특히 많은 예산을 배정한 서울과 경기가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적달성률이 각각 68.6%, 8.6%에 그쳤다. 경기도는 집행하지 못하고 이월한 국비가 무려 146억원에 달했다.
지자체 보급이 저조하자 환경부는 올해 콘덴싱 보일러 보급사업에 배정한 510억원의 예산 가운데 187억원을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 용도로 전용하기도 했다.
보일러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급사업 예산 삭감이 내년도 경영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콘덴싱 보일러 보급 사업의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자치단체는 이미 10월에 지자체가 배정한 예산의 100%를 소진했다. 인천, 충남, 제주 등도 100%에 근접했다. 예산을 잘만 배정하면 더 많은 친환경 보일러를 보급하면서 대국민 혜택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생활주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정책 목표에 맞춰 장기 보급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비 부족으로 정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처럼 국비와는 별도로 지자체 상황에 맞는 매칭 비율을 책정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한다. 전기차는 지자체 지원 예산에 따라 총 지원금이 다르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환경 문제와 에너지 절감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 제고 및 협조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녹스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제품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가 6분의 1로 적고, 열효율이 높아 난방비가 연간 약 13만원 절약된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뛰어난 열 효율로 환경 보호 효과가 뛰어난 콘덴싱 보일러가 이번 보급사업으로 확산 계기를 맞은 건 사실”이라면서 “환경부와 지자체가 사업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장기 안목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