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격교육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자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미래교육 취지에 맞춰 다양성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개방해 민간과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부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진한 원격교육기본법을 앞서 준비한 '교육정보화기본법'과 별개로 제정하기로 결정했지만 법안 주요 내용이나 방향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어떤 내용이 중심이 될 것인지도 공개되지 않은 탓에 업계나 학계에서 공식 의견을 내놓은 것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격교육기본법이 법적 안정성 뿐만 아니라 미래교육 취지에 걸맞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원격교육기본법이 안정성에만 치중하면 획일화된 요소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원격교육이 정규수업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교육 다양성과 수용성을 지향해야 한다. 교사 선택권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교육기본법은 원격수업도 정규수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사항이나 온오프라인 병행 블렌디드 수업이 갖춰야 할 사항 등을 제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수업으로 인해 등교 위주의 정규수업 형태가 달라질 경우 이를 인정하는 범위와 그에 따른 교사 업무 등을 아울러야 한다. 현장학습 등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초중고에서 현장학습이나 체험학습은 가상현실(VR)을 통한 박물관 견학 등의 형태는 인정하지 않는다. 등교수업은 수업일수를 비롯해 획일적으로 맞춰야 하는 사항이 많다.
이처럼 원격교육기본법에서도 제도적 안정성을 강조해 몇 가지 제한적인 선택사항만 허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원격수업 규정처럼 획일적으로 흐를 경우 미래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시대흐름에 맞는 혁신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사이버대학도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때 까다로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원격교육기본법이 다양한 교육 방식을 수용하려면 학교와 민간 사이 협업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간의 솔루션과 콘텐츠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것을 넘어 데이터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교육에서는 데이터 문제가 중요한데 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 맞춤형과 적응형 학습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민간에서 학습정보와 빅데이터를 위한 표준화된 데이터 포맷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토콜과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교육기본법이 교육을 넘어 산업이나 기술 측면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하게 수업 범위를 확대하는 관점이 아니라 전국민이 관련된 이슈인 만큼 시간을 갖고 이해관계자와 여러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공학회는 우선적으로 교육과 관련된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원격교육기본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교육공학회 관계자는 “모든 나라가 원격수업을 하면서 에듀테크가 산업이 되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선진국부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원격수업이 되면 교사 업무, 학교 환경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 분야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한쪽만 보고 이야기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 시류를 타다보니 흔들리는 배처럼 갔다”며 “임시방편으로 원격교육기본법을 시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전국민과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