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통상 정책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과 중국이 벌인 무역 분쟁에서는 사실상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요구받기도 했다.
외교통상 리스크에 대한 청와대의 대책은 '투트랙'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계속 검토하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 아닌 '협력'을 통해 완충지대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해 15개 국가가 참여했다. 경제영토 확대, 역내 교역·투자 확대, 경제 회복 도모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수출 중심의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기회라는 평가가 많았다.
논란은 RCEP가 미국이 추진하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대항마 성격으로 중국이 주도한 지역경제공동체라는 점이다.
보호주의 중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달리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우방국을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복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침으로 TPP를 탈퇴했던 미국이 CPTTP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RCEP에만 가입한 우리나라로서는 자칫 고립의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자국 중심의 다자주의 무역 체제를 부활시키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욱 높은 수준의 CPTPP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비공개 토론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에 앞서 경제통상 전략을 마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서울대 등 외부 전문가도 초빙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CPTPP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을 언급하며 CPTTP 가입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무역의날 행사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무역통상 부분은 물론 대북정책 등 동아시아 안보 관련 정책에서의 미국과 중국 역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 중국도 함께 쥐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CPTPP 가입 언급은)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가지고 말한 부분이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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