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은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인근 약국 공적마스크 보유 현황을 알려주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에 혼란을 줄였다. 클라우드 기업과 정부 협업으로 초중고 전방위 온라인 교육이 안정적으로 시행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부터 QR코드 기반 출입자 관리,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스템 운영까지 IT 기반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까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전수받기 위해 지속 연락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종합 1위로 꼽았다.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IT 기반 신속 대응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외부 평가와 코로나19 대응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한다.
세계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는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뉴딜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 디지털 정부 혁신 전반을 이끄는 이재영 행안부 차관을 만나 미래 디지털 정부와 이를 통해 구현될 사회 모습을 들어봤다.
대담=윤대원 ICT융합부장
-최근 발표된 OECD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앞선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해 혁신에 속도를 낸다. 최근 추진하는 디지털 정부 혁신 정책과 이 가운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는 디지털 전환에 큰 계기가 됐다.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법(2001년 제정)을 만들어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우리나라 전자정부 서비스는 국민 일상을 지속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을 디지털로 신청받아 신속하게 전달한 것은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OECD가 발표한 디지털 정부 평가 1위 결과는 우리나라가 세계 디지털 정부 전환을 선도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일하는 방식 변화, 민관협업 확대 등 디지털 기반 정부혁신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을 수립해 우리 정부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비대면·디지털 사회 기반이 되는 디지털 신분증, 국민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마이데이터, 국민이 가장 익숙한 플랫폼에서 맞춤형·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비서는 국민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분야 클라우드 전환은 행정정보 보안과 안전을 강화할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을 지원하는 '정부통합데이터분석센터 설치' 역시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과제다.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당 부분이 데이터 관련 분야다. 공공데이터 역시 행안부가 강조한 분야다. 디지털 뉴딜 사업 시행으로 공공데이터, 데이터 기반 행정 관련 어떤 정책 변화가 추진되는가.
▲공공데이터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마스크 판매데이터 개방 사례가 디지털 뉴딜 출발점이 됐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핵심과제로 데이터 수집·가공·거래·활용 기반을 강화해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는 데이터 댐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중 국가안보·개인정보 등을 제외한 모든 데이터(14만2000개)를 내년까지 개방·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공공데이터 개방 목표(4만9000개)는 조기에 달성했다.
정부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했지만 기관 칸막이로 인해 기관 간 데이터 공동 활용이 원활하지 않고, 정책 수립 시 활용도 미흡하다. 지난 6월 제정된 '데이터 기반 행정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10일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에 따라 부처별로 추진하던 데이터 기반 행정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체계가 마련된다. 기관 간 데이터 공동 활용을 위해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이 구축된다. 국정과제, 다부처 연계과제 등 분석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통합데이터분석센터가 구축된다.
이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행정 토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행정을 더 효율화하고 국민에게 편리하고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디지털 정부혁신을 위해 모바일 신분증 도입, AI 국민비서 등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국민과 공무원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 기반 설계(Digital by Design) 측면에서 추진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디지털 정부혁신은 공공서비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모바일 신분증, 국민비서 등 미래를 준비하는 도전적 사업을 디지털 뉴딜과제로 추진한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디지털로 인증 가능하다. 플라스틱 신분증을 휴대하는 불편이 해소된다. 국민이 주민센터를 방문해 키오스크나 단말기에 모바일 신분증을 갖다대면 신청 서식에 이름·주소 등이 자동 채워져 오프라인에서도 민원서비스를 혁신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국민비서 서비스는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선제적으로 알려주고 접수·신청·처리까지 지원한다. 건강검진이나 예비군훈련 알림을 미리 받고, 세금이나 과태료를 더 간편하게 납부한다.
디지털 기반 설계 핵심은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 특성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방문신청·종이서식 중심 전통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비대면·데이터 중심으로 서비스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원신청에 많은 구비서류를 발급받아 첨부하는 대신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꼭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많은 법·제도가 전통 방식에 맞춰졌다. 새로운 방식 서비스 도입을 위해 관련 법령이 적시에 개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많아 기존 방식을 병행 운영하면서 이들이 새로운 방식을 익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이데이터가 공공부문에 적용되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국민이 자기정보 활용을 제고하는 기반도 같이 필요할 것 같은데.
▲행안부가 추진하는 공공 마이데이터는 본인 행정정보 전송요구권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 10월 민원처리법 개정으로 민원분야에서 본인정보를 민원처리기관에 전송하도록 요구하는 제도 근거를 마련했다. 민원처리 외에도 활용하도록 전자정부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공공 마이데이터 유통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건강·복지·고용·생활·창업 등 다섯 개 분야 24종 꾸러미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까지 국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흩어진 본인 정보 중에서 공공서비스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한 항목만 데이터로 전송해 활용하는 서비스다. 개인정보 오남용을 막고 행정업무 현장에서 지금보다 빠르고 효율적 업무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공공분야 클라우드 활성화 지원이 강화됐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고 더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 보는가.
▲범정부 데이터센터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통해 47개 중앙부처 1200여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50% 시스템에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정보시스템을 구매하지 않고 전기·수도처럼 민간 데이터센터로부터 컴퓨팅 용량을 빌려 쓰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공공 정보시스템 가운데 소규모 전산실에서 보안에 취약한 상태로 운영 중인 시스템을 정부 전용 공공데이터센터 또는 민간 클라우드로 통합할 수 있다. 보안을 강화하고 예측하지 못한 서비스 수요에 탄력 대응이 가능하다.
향후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국가안보, 수사·재판, 내부업무 처리 등 주요 시스템은 보안이 강화된 공공데이터센터로 이전하고, 홈페이지 등 공개 가능한 시스템은 보안인증 받은 민간클라우드로 단계별로 이전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 전면 일상화로 디지털 소외계층 우려도 많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디지털 전환에는 모든 국민이 디지털 서비스 편리함을 누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디지털 서비스에 적응하는 '속도'와 '방법'을 고려하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한다.
장애인, 노년층도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사용하도록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공서비스 촉진사업을 추진한다. 지능형(AI) 스마트 거울 서비스는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장애인을 위한 행정서비스다. 사람 동작을 인식하는 카메라 장치와 거울 같은 화면을 설치해 수화(수어)나 음성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지능형 키오스크는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노년층, 장애인 등을 위한 서비스다. 신분증과 지문 등으로 본인임을 확인하면 신청서에 이름·주소·생년월일 등 필요 정보를 자동으로 기입해 준다.
국민 접근성이 좋은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디지털 역량센터'로 지정하고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활용 방법을 포함해 열차표 예매, 모바일 금융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디지털 서비스 활용법을 교육한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이 중요한 가치 혹은 기술 분야가 될까.
▲기존 전자정부에서는 △행정 효율화 △예산 절감 △대국민 서비스 편의성 제고 등이 중요한 가치였다. 디지털 정부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으로 국민에게 맞춤형·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 정부로 거듭나 데이터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 이후 원격수업·재택근무·온라인 민원 등 모든 분야에 비대면 전환이 요구됐다. 정부가 추진해온 디지털 정부 혁신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정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행안부는 범정부 디지털 전면 전환을 위해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민간과 공공 클라우드센터로 전환해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공공·의료·금융 등 각 부처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잘 활용되도록 지원하는 등 부처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또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정부가 적시에 제공하도록 정보화 사업 효율성과 적시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도록 디지털 뉴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재영 차관은…
광주 진흥고를 나와 한양대 법학을 전공한 이재영 차관은 2008년 국무총리실 일반행정정책관실 행정관리과장을 비롯해 2010년 중앙공무원교육원 연구개발센터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행정자치부(現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을 거쳐 조직정책관을 지내며 부처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2017년부터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며 지역 정책 마련과 행정에도 두각을 보였다.
2019년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으로 부임 후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정부 혁신 방향과 데이터 기반 행정 기틀을 만들었다.
지난 8월 차관으로 임명된 후 디지털 정부혁신뿐 아니라 국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정책 집행·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정리=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