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떻게 거인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연구 성과가 다른 연구자가 쌓아 온 연구 결과 덕분이었음을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볼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거인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는 영국왕립학회와 최초 학술지가 탄생한 시점이다. 거인이라는 표현을 통해 지식 공유라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많은 정보를 검색해서 거인을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많은 부분은 어려운 시절에 도움의 손길 덕분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1962년 1인당 GDP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절에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네스코) 지원을 받아 과학기술 분야의 해외 학술정보를 수집해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세계 1억7000여건의 정보를 구축하고 국가 슈퍼컴퓨터, 연구망 등 첨단 지식 인프라를 함께 제공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함께 KISTI의 과학기술 콘텐츠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구글 등 국내외 여러 채널을 통한 접근 경로를 제공, 국내외 연구자들이 거인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 원조위원회 회원국이 된지 올해로 열 돌을 맞았다. 국제개발 원조금으로 지탱하던 데서 불과 반세기 만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무이한 국가가 됐다.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국내 연구자에게 학술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던 우리가 개발도상국의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더욱더 의미가 크다.
KISTI는 지난 2007년 미국 과학기술정책국(OSTP) 등과 함께 다자간 협약을 통해 '월드와이드 사이언스 얼라이언스'라는 지식 공유 협력체 결성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 글로벌 지식 공유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한국 과학기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 70여개 나라 100여개 포털로부터 수집한 과학기술 정보가 자국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는 2018년 코스타리카에 수출돼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중남미 생물다양성 정보 공동 활용을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협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관 최초로 공공개발원조(ODA)를 통해 베트남에 데이터분석플랫폼을 통한 R&D 혁신역량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발전된 과학기술 정보인프라를 지원, 국가 과학기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은 디지털 혁신을 더욱 가속화했고, 디지털 격차 등 양극화와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바이러스 공격은 나라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통 차원은 동등하지 않다. 고통은 디지털 격차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에도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R&D 역량과 정보인프라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격차를 줄이는 일도 지구공동체 상생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 간다.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K-과학이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 과학기술 책무는 더욱 커졌다. 이제 과학기술 수혜국이 아닌 과학기술 순공여국으로서 다양한 과학 커뮤니티의 평등 구현과 지속 가능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를 통한 호혜 협력과 나눔으로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hy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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