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워진 수출 환경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이하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기아차와 한국지엠을 둘러싼 업계 안팎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부분파업을 반복한 두 회사의 누적 생산 손실은 6만5000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를 불과 보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남은 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임단협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17일까지 5일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4주 연속 파업의 강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3주간 파업 여파로 3만2000여대에 달하는 누적 생산 손실을 입었다. 이번 주 파업으로 8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추가되면 총 누적 생산 손실은 4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노사 교섭의 핵심 쟁점은 잔업 30분 복원이다. 노조는 잔업 30분을 기존대로 복원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잔업 복원이 실질적 임금 인상 요구과 같다며 잔업 보장을 위해선 다른 복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잔업 복원 외에도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0일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일단 파업을 잠시 보류했으나,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반복된 잔업 거부와 부분파업으로 2만5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4개월간 줄다리기 끝에 지난달 25일 첫 번째 잠정합의안을 냈으나, 이달 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45.1%로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두 차례 추가 교섭을 통해 다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로 6만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노조의 부분파업 등으로 2만5000대 이상의 추가 생산 손실을 입었다. 노조는 생산 손실로 실질 임금이 하락했고, 사측도 생산성 저하로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됐다.
임단협 장기화에 대한 노조 실익도 크지 않다. 새 잠정합의안에는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임직원이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할인율을 높인다는 내용을 넣었다. 사측이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과 격려금 총 400만원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수당 등의 지급 시기만 다소 앞당겼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교섭과 파업이 반복된다면 미래차 전환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생산 차질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완성차 생산 차질이 중소 부품 협력사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