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거래 은행 두고 네이버를 보는 이유

[기자수첩]주거래 은행 두고 네이버를 보는 이유

새해 금융권 화두는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카드, 보험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한눈에 보여 주고, 이를 토대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다음 달 결제할 카드값, 은행 예금 잔액과 대출, 증권 투자자금, 자동차 중고값 시세까지 모든 자산 내역을 한 번에 보여 주는 서비스다. 이미 금융사뿐만 아니라 빅테크로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이 같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수첩]주거래 은행 두고 네이버를 보는 이유

대학생 때부터 거래해 왔고 월급통장을 개설한 A은행 마이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다가 실망했다. 무려 3년 전에 쓰다가 해지한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지금 사용하는 것처럼 떴고, 최신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는 자산 내역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이를 통한 사용 습관이 길러지면서 세금 납부도 이 플랫폼에서 해결했다. 빅테크가 그리는 금융종합플랫폼이 이것이다.

자산 내역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것은 물론 은행의 시스템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고객 신뢰는 금융사의 존재 이유다. 어떠한 경우에도 변해서는 안 될 기본이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보여 주는 금융사에 대한 신뢰도는 깎일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사와 빅테크 간 규제 불평등, 즉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거세다. 마이데이터 선두 차지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금융사는 네이버·카카오의 공격적인 금융권 진출을 두고 금융 당국의 특혜 시비까지 거론한다. 금융사는 기존 고객을 빅테크에 빼앗길까 노심초사 경계에 나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비자는 빅테크와 금융사의 정책 갈등에 관심이 없다. 소비자에겐 마이데이터라는 어려운 이름도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소비자는 자기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초개인화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을 선택할 뿐이다. 그렇지 못한 서비스는 외면된다. 금융사는 업계의 이권 다툼에서 벗어나 소비자 시선으로 서비스를 바라봐야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