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집권당으로서 공동의 책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도 이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여전해 향후 내부 교통정리 숙제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시 구속상태를 언급하며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잘못이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유임받게 된다”면서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당 쇄신 의지도 재차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은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오늘 이 기회를 빌어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을 모색하는 과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과거 집권여당 당시 실책에 대한 청산과 함께 중도 보수로 새출발을 선언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새해 4월 7일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강경보수와 결별의 뜻도 담았다.
사과에 대한 당내 여론이 어느 정도 모아졌다는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서 국민의힘 청년당인 청년의힘과 국민의힘 사무처노동조합은 김 위원장 사과에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내 반대 의견도 지속돼 앞으로 내부 갈등 봉합이 관건이다. 친이명박·박근혜 계열 의원은 이번 사과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도층을 챙기려다 고정지지층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며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세모정국이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본다”고 했다.
보수진영도 김 위원장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우리공화당은 성명을 통해 “참으로 통탄스럽고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