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꿔놓은 일자리]일자리 뺏는 AI? 일자리 창출 효자, AI '데이터 라벨링'

IT 산업군 데이터 라벨링 수요 현황 분석. 2020년 1월~8월 크라우드웍스를 통해 수집 가공된 2370만개 데이터 기준 <이미지 출처=크라우드웍스 2020 산업별 데이터 활용 수요 현황 분석>
IT 산업군 데이터 라벨링 수요 현황 분석. 2020년 1월~8월 크라우드웍스를 통해 수집 가공된 2370만개 데이터 기준 <이미지 출처=크라우드웍스 2020 산업별 데이터 활용 수요 현황 분석>

'데이터 라벨러'는 올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가치를 주목받은 일자리 중 하나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고, 출퇴근의 수고로움과 사무실 인원 밀집에 의한 감염 위험 없이 안전하게 집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아르바이트·투잡 형태로 돈을 벌 수 있어 미취업자 등 2030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전업 근무자 기준 주당 70만~80만원, 상위 소득자는 월 400만~500만원 가량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데이터 라벨링은 쉽게 말해 인공지능(AI) 지도학습에 필요한 교재 자료를 만들어주는 업무를 의미한다. 사진이나 그림, 음성 등 구분이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사람이 알려주는 가공작업이 포함된다. 예컨대, 여러 물체가 뒤섞인 도시 사진에서 각각의 피사체가 '자동차' 혹은 '사람'이라고 구분해 이름표를 붙여주는 일이다. 법률·의료 등 전문 영역 데이터라벨링은 보수도 그만큼 더 높아, 의사·변호사도 투잡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8월 발간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 이용 비율이 2% 상승할 때마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2만2000~4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향후 3년간 빅데이터 이용률을 9.9%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총 7만9000~15만9000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라벨링 중개업체들은 대부분 불특정 다수에게 일감을 매칭하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활용한다. 라벨링 정확도만 보장된다면 누가 처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서다. 오히려 1차 라벨링된 데이터를 검수하는 인력 확보와 처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노동력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교육 시스템이나, 라벨링 난이도에 따라 적정 보수를 책정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기술 역시 플랫폼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다.

현재는 중국, 인도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가 데이터 라벨링 산업에서 앞서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기술 선진국의 발전된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일수록 플랫폼 효율화에서는 뒤쳐진다는 측면을 지적한다. 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효율성을 확보한 플랫폼은 인건비가 저렴한 로컬 지역으로 침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을 선도하는 '아마존 메카니컬 터크'나 '에이펜'은 모두 인건비가 비싼 미국과 호주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대영 크라우드웍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데이터 라벨러들에게 누적 50억원 이상 수익금이 지급됐고, 크라우드웍스 근무인원도 올해 50명 이상 신규 채용이 이뤄지는 등 AI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며 “2000년대 인터넷 인프라 구축 사례처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수년 동안 정부의 AI 분야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