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탄소중립 위한 전기요금 개편…연료비 연계로 지속가능 요금체계 확립

올해 저유가 반영…상반기 1조원 인하
산정방식 투명 공개해 예측가능성 확보
RPS·ETS·석탄발전 감축비용 분리 고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국민 인식 제고 기대

[이슈분석] 탄소중립 위한 전기요금 개편…연료비 연계로 지속가능 요금체계 확립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하면서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기반을 마련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도입해 연료비 변동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기후·환경 요금'을 별도로 분리하면서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도 명확하게 고지한다. 주택용 계시별 선택 요금제는 에너지 수요관리와 전력 소비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개편으로 연료비에 '좌지우지'되는 실적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에게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워질 예정이지만, 정부는 급격한 전기요금 상승은 막겠다는 계획이다.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연료비 연동에 따른 가격 신호 강화

정부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한전은 새해 1월부터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한다.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는 △매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 △현재 전력량 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기후·환경 요금'으로 나뉜다.

한전은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 매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차감해 계산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석탄·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정부와 한전은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면서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료비 조정요금 산정방식은 한전 홈페이지에 공개해 소비자가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먼저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됨에 따라 가격 신호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면서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통해서 합리적인 전기 소비가 유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도가 적용되는 새해 상반기에는 올해 하반기 유가를 반영해 요금이 인하될 전망이다. 한전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기존보다 킬로와트시(㎾h)당 3원이 인하되고 2분기에는 ㎾h당 5원으로 총 1조원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기후·환경 비용'도 별도로 분리해 고지한다. 기존에 한전이 부담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이행비용(RPS) △온실가스배출권거래비용(ETS) △미세먼지 계절관리지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요금에서 분리해 고지한다. 이번 개편에서는 RPS와 ETS 비용은 기존 전력량 요금에서 분리만 한다. 석탄발전 감축 비용은 신규 추가된다.

정부와 한전은 기후·환경 비용을 분리하면서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을 국민이 인식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독일과 일본, 미국 뉴욕주에서는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서 분리 고지하고 있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일부 도입…주택용 전기요금 다양화

정부와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제도 대폭 개선했다. 주택용에도 계시별 선택 요금제를 일부 도입하고,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정부와 한전은 산업·일반용 등 다른 용도에서 도입·운영 중인 계절별·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주택용에도 도입한다. 전력사용패턴에 따라 현행 누진제와 계시별 요금제 중 소비자가 선택할수록 하는 것이다. 다만 내년 7월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제주지역부터 우선 적용한다. 또 현 상황으로서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에만 적용된다.

또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력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가구에 전기료를 최고 4000원 할인해 주는 제도로 2016년 일부 지역에 시범도입 했고, 2018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을 지원한다는 취지이지만 제도를 적용받는 가구 중 81%가 중상위 소득이다. 한전과 정부는 내년 7월 할인액을 월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축소하고, 2022년 7월에는 일반가구 할인은 폐지한다. 대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행 필수사용공제 혜택을 유지하고, 할인을 적용받지 못한 취약계층에게는 복지할인을 제공한다.

주택용 요금제를 개선하면서 전반적으로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은 필수사용공제 축소로 확보되는 잔여 재원은 에너지효율향상과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계시별 요금제는 향후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제주 지역 주택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향후 적용가구 확대가 과제다.

정부는 이에 대해 2024년까지 2700만가구에 대해 AMI를 보급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스마트미터기는 지금 한전이 약 2200만 가구에 대해서 2024년 100%를 목표로 보급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그린뉴딜 사업에서 한전과 계약이 되어 있지 않은 약 500만가구에 대해서 2022년까지 추가로 스마트미터기 설치하도록 예산을 투입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실적 변동성 안정화…유가 상승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 핵심은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중 '연료비 조정요금'이다. 우리나라는 도시가스·석유·전기 등 주요 에너지 요금 중에서도 전기만 원료비를 연동하지 않았다. 유가 등 통제 불가능한 원가 요인에 의해 한전 실적이 급등락하면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전은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탄력적으로 원가 변동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 실적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전망하는 바로는 대략 1조원 내외 정도 영업이익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유가가 상승하면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인해 전기요금도 상승할 전망이다. 또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에 따라 기후환경요금도 상승될 여지가 있다. 다만 정부는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등락할 때에는 정부 권한을 활용해 상승을 억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RPS라든지 그다음에 ETS 비용이 얼마나 앞으로 더 늘어나느냐에 따라서 달려있다”면서 “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그 비중이 높아지고 ETS 비용이 좀 더 늘어났을 경우에는 기후환경비용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그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비용 증가폭을 최대한 줄이는 데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