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베트남에서의 한국 모방 상표의 보호

권영준 이공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서울지식재산센터 기술보호 전문가)
권영준 이공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서울지식재산센터 기술보호 전문가)

권영준 이공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서울지식재산센터 기술보호 전문가)

 2020. 1. 28. ‘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988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20일까지 베트남에 677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면서 동시에 2019년 기준 베트남 전체 외국인 투자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베트남으로의 한국 기업 진출은 매우 활발하여 베트남에서의 안정적인 브랜드 전략을 위한 상표권 취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한류, 케이-뷰티 등에 따른 전세계적인 한국 문화 소비의 확대로 한국 기업과 그 제품 및 서비스의 인지도 상승에 따른, 무차별적인 한국 기업 상표의 불법적 선점 경쟁에 있어서도 베트남이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적 성공과 한국에서 쌓은 제품/서비스 인지도를 발판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과 베트남에서의 단일 브랜드 명칭을 사용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자신들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극히 유사한 상표가 소위 모방 상표로서 베트남에 등록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모방 상표가 베트남에 출원(등록신청)되기 전에 원권리자인 한국 기업이 사전에 상표권을 확보해둔 경우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한국 기업이 상표 출원을 하기 전에 모방 상표가 이미 출원된 경우라면 한국 기업의 베트남 상표/브랜드 전략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상표를 사용하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방어적으로 상표권을 선점해두는 전략을 취하는 일부 기업의 경우를 제외한 한국 기업, 특히 유명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게는 제3자 모방 상표 선점은 크나큰 골칫거리이다.

 이러한 모방 상표가 출원된 사실을 발견한 경우 가장 손쉽게 그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상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것이며, 본 글에서는 한국에서의 상표 이의신청과의 차별점이 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참고로, 본 글은 베트남의 유명 특허법률사무소인 Ageless IP Attorneys & Consultants in Vietnam (www.ageless.com.vn)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혀두며, 본 지면을 통하여 Ageless IP Attorneys & Consultants in Vietnam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자 한다.

 한국 등 대부분의 주요 IP 국가(흔히 IP5라 불리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 일본)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상표 이의신청이라는 제도는 상표청의 심사관이 사전에 심사를 마무리한 결과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결정(흔히 출원공고결정이라 호칭한다)을 하였으나, 심사관이 미처 파악하고 있지 못한 거래계의 실사용(통상 미등록) 상표 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일반 공중의 도움을 받아서 최종적인 등록결정 전에 다시 한번 심사에 재고하고자 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베트남의 상표 이의신청은 심사관의 실체 심사(식별력이나 선행 상표와의 유사 여부 등과 관련된 상표 등록 요건)와 병행하여 제기될 수 있거나, 심지어 베트남 심사관의 실체 심사 개시 이전에도 이의신청 제기가 가능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즉, 상표청의 방식 심사(상표 출원서가 정해진 요건에 맞게 작성되고 구비서류가 모두 제출되었는지, 관납료가 정상적으로 납부되었는지 여부의 심사)가 완료된 이후 상표출원이 공개되어 곧바로 상표 이의신청 제기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베트남도 상표 등록이 완료되면 다시 한번 공개(공고)가 되어 이는 한국의 출원공고/등록공고의 이중 공개 시스템과 유사하다. 게다가, 실무적으로는 이의신청의 결과가 심사관의 실체 심사 결과와 함께 나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여 마치 한국상표 실무에서의 정보제공과 같이 운영되고 있는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색에 따라서, 베트남의 상표 이의신청은 동종업계 종사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거나, 모방 상표 출원인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는 등의 이해관계의 입증 없이도 누구든지 제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모방 상표 출원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 기업과 전혀 무관한 제3자를 내세워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모방 상표 출원으로 베트남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하는 실체적 이의신청 사유는 보통 2가지이며, 이는 통상적인 모방 상표의 유형과도 연관되어 있다.

 첫째는, 상표출원인이 원권리자인 한국 기업의 상표를 단순히 모방한 경우로서, 이때는 한국 기업 상표의 주지저명성에 터 잡아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74.2.(g) 또는 (i)에 근거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는 미등록 주지저명상표인 한국 기업의 상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모방 상표가 출원되어 등록됨으로써 한국 기업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적 이익 보호의 측면과, 해당 상표로부터 축적되어 있는 거래계의 신용을 훼손하여 소비자의 혼동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적 이익 보호 측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상표출원인이 원권리자인 한국 기업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이었던 자로서 한국 기업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한국 기업의 상표를 모방하여 상표 출원한 경우로서, 이때는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87.7에 근거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 협약 (이하, ‘파리 협약’) 6조의7의 규정(Article 6septies Marks: Registration in the Name of the Agent or Representative of the Proprietor Without the Latter’s Authorization)이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87.7에도 이의신청 사유로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베트남도 파리 협약 비준국이기 때문에 역시 또 다른 파리 협약 가입국인 한국 기업의 대리인이나 대표자였던 자의 상표 모방 행위에 대한 보호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기 파리 협약에 따른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87.7에 근거하여 상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경우라면 한국 기업의 상표가 굳이 주지저명 상표에 해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방 상표 출원인이 한국 기업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였던 자임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이의신청사유의 주장입증이 크게 용이해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베트남에서의 모방 상표에 대한 상표 이의신청은 위 첫 번째 경우에 해당될 것인바, 한국 기업의 상표는 주지저명상표인 점이 주장입증되어야 하며, 이것이 여타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의신청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많은 한국 기업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이하 보다 상세히 설명한다.

 앞서 설명한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74.2.(g) 또는 (i)의 규정은 아래와 같다.

Article 74.2.(g) Signs identical with or confusingly similar to another person's mark which has been widely used and recognized for similar or identical goods or services before the filing date or the priority date, as applicable.
Article 74.2.(i) Signs identical with or confusingly similar to another person's mark recognized as a well known mark which has been registered for goods or services which are identical with or similar to those bearing such well known mark, or for dissimilar goods or services if the use of such mark may affect the distinctiveness of the well known mark or the mark registration was aimed at taking advantage of the reputation of the well known mark.

 그렇다면, 과연 주지저명상표의 주지저명성의 지역적 정의가 무엇인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즉 베트남 밖에서의 상표 사용으로 취득한 주지저명성이 과연 베트남 국경 내에서도 인정될 수 있을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2009년 개정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4에서는 ‘Well-known mark means a mark widely known by consumers throughout the Vietnamese territory’와 같은 정의 규정을 두고 있어서, 원칙적으로 이의신청의 인용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상표는 베트남 영토 내에서 베트남의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을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과연 베트남 밖에서,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만 유명한 상표이고, 베트남에서는 실질적으로 매출이나 사용 증거가 거의 없는 경우라면 모방 상표에 대한 보호가 불가능할 것인지가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이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그러한 주지저명성의 입증에 대하여서, 베트남 지식재산권법 Article 75에서는 독특하게도 상표 주지저명성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1) 상품 판매/사용/광고를 통하여 상표를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의 수, 2) 상표품(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유통된 지역의 면적, 3) 판매 매출 또는 판매량, 4) 상표가 중단 없이 사용된 기간, 5) 상표품의 명성, 6) 해당 상표가 보호되는 국가의 수, 7) 해당 상표를 주지저명상표로 인정한 국가의 수, 8) 해당 상표의 금전적 가치(양도가액 등)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는 이외에도, 상표의 의미/브랜드네이밍 히스토리/상표 인식도 조사 결과/과거 5년간의 광고횟수 및 광고비 지출내역/각종 수상 내역 등도 고려되고 있으며, 이들은 반드시 베트남 내에서의 사용에 대한 증거일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베트남 내에서 출원 내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적도 없는 미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점의 상표인 McDONALD’S가 주지저명상표로서 인정된 바가 있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과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과 같은 다양한 개인휴대통신 장치의 발달로서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상표나 상표품에 대한 정보를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통하여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일국의 국경 내의 물리적인 상표 사용만으로 해당 국내에서의 일반소비자들의 상표 인식의 정도가 형성되고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베트남과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에서의 유명상표라면, 한국 기업이 다방면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 대중문화가 베트남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베트남에서 물리적인 상표 사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 기업의 한국에서의 주지저명상표가 베트남에서도 주지저명상표로 인정될 수 있는 길은 상당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면 제한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했으나, 베트남에서의 상표이의신청도 모방 상표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한국 기업의 상표가 실제 사용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동일 또는 유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정 요건 하에서 인용될 수 있다. 한편, 베트남의 경우도 주지저명성 자료는 사용자(한국 기업)의 확인서(Affidavit)를 공증하여 제출해야 될 수 있다.

 일단 모방 상표가 등록된 후에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하는 경우에 비교하여 모방 상표가 당초에 등록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이의신청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법률비용 감소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또한, 모방 상표라도 일단 등록이 된 후 만에 하나 모방 상표의 권리자가 실제 베트남에서 상표 사용을 개시하여 시장에서 나름의 신용을 구축한 경우라면, 원권리자인 한국 기업이 상표 등록을 무효화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적극적인 상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한국 내의 변리사와 베트남 현지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서 모방 상표가 등장하는 경우 신속하게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등록을 저지하는 것이 베트남 상표 전략의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상표 이의신청을 적극 활용하여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상표권 침해 행위로부터 보다 효율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