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세게 걷어차도 로봇이 스스로 무게 중심을 잡아 자세를 바로 하고, 손잡이를 인식해 문을 열고 사람이 먼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문을 통과하는 로봇 영상이 지난해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 로봇이 현대차가 최근 인수한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스팟(SPOT)'이다.

현대차는 최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미국 보스톤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시연회를 가졌다. 이날 공개한 스팟은 연세대가 건설 현장 등의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연구용 플랫폼 로봇이다.
다시 말해 스팟은 모듈 형태 제작된 연구용 로봇으로 라이다(LiDAR)나 3D스캐너, 로봇 암(Arm) 등을 용도에 맞게 추가로 장착하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듈 형태의 스팟 가격은 7만5000달러(한화 약 8200만원)이지만, 용도에 맞게 추가 센서나 부품을 장착하면 가격은 크게 올라가는 구조다.

스팟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스팟은 2019년 출시 이후 노르웨어 석유·가스 탐사 업체인 '아커 BP(Aker BP)'에 탐사 업무에 투입됐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에서는 다수가 판매돼 실제 위험 지역 탐사용이나 3D 매핑, 건설 현장 모니터링 등에 활용되고 있다.
스팟은 4족 보행 로봇으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 대한 인지 능력과 빠른 판단력이 강점이다. 4개의 발로 스스로를 지탱하며 외부 충격에도 잘 넘어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각의 다리 끝에 역각센서를 장착했고, 본체에는 6축의 관성계측장치(IMU)를 탑재해 각종 센서(이미지·자이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 필요한 동작이나 자세·균형감을 스스로 잡을 수 있다.
자세는 4족 각각에 장착된 관절(모터)를 스스로 제어한다. 이 기술 때문에 계단이나 고르지 못한 험로 등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하나의 다리에는 3개의 서버모터가 장착됐고 경로를 미리 설정하면, 사람 대신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순찰을 할 수 있다. 최대 14kg의 짐을 옮길 수도 있다.

또 기본적으로 반자율 모드를 장착했으며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용 콘트롤러 같은 제어기를 이용해 사람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지만, 스스로 판단해 이동하거나 움직이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초당 최대 1.6m의 속도로 이동하고, 충전용 배터리 장착으로 한번에 90분 작동할 수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바로 다른 배터리로 교환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활용해 향후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특정 영역 로봇에서 범용 서비스 로봇으로 진화시키는 것은 물론,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물류 로봇, 안내 및 지원 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휴머노이드 등 분야로 전망된다. 또한 기존 개발 역량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발 및 스마트 팩토리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고, 이달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