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선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상대방 주소 대신 연락처만 입력하면 되는 간편함과 비대면 소비 추세에 힘입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젠 모바일 상품권을 넘어 실물 상품까지 상품 구색도 다양화됐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확산은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 카카오가 선도한 시장에 e커머스 등 유통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 성탄절 등 선물 수요가 몰리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비대면 선물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라인 선물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카카오 선물하기'가 3조원 규모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 시장을 빠르게 키웠다. 2010년 카카오톡 최초 수익모델로 시작한 선물하기 서비스는 당시 거래액 300억원 규모에서 2017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카카오커머스가 분사한 이후에는 화장품과 의류, 명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다.
올해는 코로나를 만나 탄력이 붙었다. 지난 상반기 카카오 선물하기 거래액은 작년 동기대비 47% 늘었다. 특히 추석 시즌에 비대면 선물 창구로 활용되며 가파른 성장을 보여줬다. 3분기선물하기 거래액 신장률이 54%에 달한다. 이용 고객층도 젊은 층을 넘어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 50대 이상 연령대 거래액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거뒀다.
카카오가 이끈 온라인 선물하기가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e커머스 업체들도 잇달아 뛰어들었다. 지난해 티몬과 SSG닷컴을 시작으로 올해 쿠팡과 롯데온, 11번가가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놨다. 쿠팡은 업계 처음으로 선물하기에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도입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SSG닷컴은 식품부터 화장품, 명품에 이르기까지 1000만종 상품을 선물하기 전문관에 입점시켰다. 올해(1~11월)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64.6% 늘었다.
홈쇼핑도 비대면 선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모바일 선물하기 품목을 식음료 위주의 e쿠폰에서 패션·리빙 등 실물 상품까지 확대했다. 롯데홈쇼핑은 전 채널에서 판매하는 약 500만 개 상품을 선물하기 품목에 올렸다. GS홈쇼핑은 약 800만개에 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뷰티 몰 중에서는 처음으로 선물하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서비스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5개 점포 3700여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메시지를 통해 선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음향기기, 커피머신 등을 선물하기로 판매한다. CJ올리브영은 선물 수령자가 상품의 컬러와 향 등을 바꿀 수 있는 옵션 변경 기능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급 품목수가 늘면서 상품 큐레이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소비자에게 상황과 가격대별로 최적화된 선물을 추천해줘 쇼핑 피로도를 낮추고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는 카카오가 선점한 선물하기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기술을 강화했다. 개인화 상품 추천 기술인 'AiTEMS(에이아이템즈)'가 적용돼 검색어에 따라 성별·연령별 선호 선물을 추천하고, 오늘의 선물 트렌드를 통해 최근 인기있는 선물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네이버 선물하기 거래액은 작년 동월대비 8배 이상, 주문 건수는 5배 늘며 서비스 이용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선물을 수신하면 모바일 홈의 내서랍과 톡톡메시지와도 연동돼 알림을 받고 개인 선물함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선물함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 유통업체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문자메시지(MMS)로 주고받는 형태로 고객 편의성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다.
비대면 소비 흐름에 따라 온라인 선물하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도적 보완도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개정, 모바일 상품권 유효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기존에는 카카오 선물하기 등을 통해 수령한 상품권의 경우 3개월마다 유효기간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유효기간 마감 전 소비자에게 상품권 사용과 연장을 통지하는 시점도 기존 7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앞당겨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선물하기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면 선물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