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에서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패권 다툼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바뀐 게 있다면 미국의 상대가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미국 우주개발에 민간이 가세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우주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미국의 경쟁자 지위에 올라섰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달 탐사에 이어 예정된 화성 탐사 프로젝트까지 무사히 마치면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종이 한장 차이 수준으로 좁혀진다.
이달 17일 창어 5호가 달 표면 샘플을 싣고 지구로 귀환하면서 중국은 인류 우주탐사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 로봇 탐사 이후 44년 만에 달 샘플 채취에 성공,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달 탐사에 성공한 세 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세 번째라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이 즐비하다. 달 탐사에 있어 전인미답 고지인 용암 평원 '폭풍우의 바다'에 착륙했고, 샘플 무게는 종전 최고 기록의 6배인 2㎏에 이른다. 착륙, 복귀 등에도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했다.
중국은 달 연구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후속 달 탐사선 발사계획도 밝혔다. 창어 6호가 로봇을 이용한 달 샘플 채취에, 창어 7호가 포괄적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창어 8호는 달에 연구기지 건설이 가능한지 탐사에 나선다.
중국 정부는 성과와 더불어 우주 진출 계획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 등 다수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할 힘을 갖췄다는 일종의 과시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미국에 상당 수준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화성탐사선 '텐원'이 내년 화성에 안착할 경우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가시권 내로 좁혀진다고 내다봤다.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현재 미국, 구소련밖에 없다. 유럽과 중국이 앞서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화성 대기층이 상대적으로 얇기 때문에 진입 시 속도제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유다. 텐원이 예정대로 내년 5월 화성에 안착하면 화성 진입에 성공한 세 번째 나라가 된다.
항공우주 전문가는 “창어 5호의 달 탐사 성공에 이어 중국이 화성 탐사까지 성공하면 미국이 중국보다 우주 기술력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며 “국가 주도로 막대한 인력, 예산을 쏟아붓는 중국의 집중 개발방식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도 그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우주 탐사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다만, 냉전시대처럼 맞불을 놓으며 레이스를 펼치는 모양새는 아니다. 민간을 대거 참여시키며 시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유인 달 탐사를 골자로 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해 2024년 달 탐사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정부가 주도해 특정 성과를 달성하는데서 나아가 민간 참여로 거대 산업, 시장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맞춰 민간 기업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유인 왕복선 '스타십(Starship)'의 시제품 'SN8'이 첫 고고도 비행과 수직 이착륙을 시도한 것이 한 예다.
SN8은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발사기지에서 발사돼 12.5㎞ 상공까지 오르며 총 6분 42초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수직 착륙엔 실패했다.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로켓 엔진을 재점화하는 과정에서 선체가 기울어져 지상에 충돌한 후 폭발했다.
자칫 보면 '실패'로 단정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차례 시도로 스타십의 비행, 착륙이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성공적 비행이었고 착륙지점 유도도 정확했다”며 “다만, 착륙과정에서 연료탱크 압력이 낮았고 스타십이 빨리 하강하면서 폭발했다.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우주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맞지만 방향성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며 “미국은 나사(NASA)주도로 개발한 다양한 기술을 민간에 개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산업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페이스X 등 다수 기업이 기술성과는 물론 위성 인터넷 등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 시장 창출에 있어선 미국이 독자 영역을 개척하며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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