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세부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자, 지식재산(IP)서비스업계가 우려를 표시했다.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감정평가사가 IP가치평가 업무를 독점할 수 있어 전문성 약화, 관련 산업 생태계 붕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P서비스협회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위 김희국 의원이 발의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진선미 국토위 위원장실과 김 의원실에 전달했다.
개정안은 감정평가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의뢰인의 불공정 행위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금융기관·보험회사·신탁회사 등이 대출금에 대한 담보를 설정하기 위해 의뢰하는 평가' '토지등 이용, 개발, 관리 및 매입·매각 등을 위한 감정평가' 업무를 감정평가사만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시행령의 감정평가사 업무 범위엔 특허 등 산업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는 IP가치평가 업무도 포함돼 있다. 감정평가사가 아닌 사람이 평가 업무를 의뢰받은 경우에 감정평가사 등에 맡겨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IP서비스협회는 의견서에서 개정안이 부동산뿐만 아니라 산업, 지식재산 관련 모든 평가를 감정평가사만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실상 독점법이라고 지적했다.
IP서비스협회 관계자는 “IP 가치평가는 기술, 법률, 사업화, 재무, 회계 등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 협업이 필수”라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IP가치평가를 전문적으로 수행한 전문 인력 뿐만 아니라 기업도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무역 협정 위반으로 무역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FTA, 한·EU FTA 등에선 '국경 간 서비스 무역에 있어 자격요건 및 절차, 기술표준, 그리고 면허요건과 관련한 조치가 서비스무역에 대한 불필요한 장벽을 구성하지 못한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IP가치평가에 대한 면허 요건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 간 무역 분쟁이나 마찰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태경제협력체(APEC),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가치평가기준의회(IVSC) 등이 제시한 무형자산·IP 가치평가 매뉴얼이나 기준엔 IP 가치평가 업무 수행자의 자격 제한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변리사 또한 IP 가치평가 업무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리사법에서는 변리사의 업무를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로 국한하고 있다. 감정평가사의 업무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기 때문에 IP법률 감정업무를 수행하는 변리사 업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범위로 축소된다.
최승욱 IP서비스협회 IP기술사업화 분과위원장은 “IP가치평가 업무는 다양한 전문가 협업을 통해서 가능한 데 특정 전문자격자로 제한 또는 우대할 경우 IP가치평가 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없게 된다”면서 “IP, 기술 중심 금융과 산업육성 정책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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