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스텝볼트 제조기업 외 공급기업에도 허용...중소 제조업체 반발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전력이 그동안 제조업체만 가능했던 스텝볼트 입찰을 향후 공급업체에도 허용한다.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은 공급업체까지 스텝볼트 입찰을 허용하면 중국 등 수입 제품이 우회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대기업이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해 입찰에 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한전은 스텝볼트 입찰 방식 변경은 물품 구매를 다양화하는 차원으로 국제입찰 협정에 따라 중국산 제품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기존 제조입찰에서도 대기업을 제한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2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 초 시행할 예정인 스텝볼트 입찰을 '제조입찰'에서 '구매입찰'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제조입찰은 계약대상자가 스텝볼트를 직접 생산해 납품하는 것만 허용하지만, 구매입찰은 계약대상자가 직접 생산해 납품하는 것은 물론 제3자로부터 구매해 납품하는 것도 허용한다.

한전 관계자는 “내년 초 시행할 스텝볼트 입찰 방식을 기존 제조입찰에서 구매입찰로 바꿀 예정”이라면서 “단순 금구류로 분리되는 스텝볼트 입찰을 다양화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스텝볼트는 철탑이나 배전전주를 올라갈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박아놓은 부품이다. 배전전주에 긴 못 형태로 박혀있다.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품목이다. 이 때문에 주로 중소 제조기업이 생산한다.

국내 파스너업체를 대변하는 파스너공업협동조합은 한전의 입찰방식 변경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조합은 기존 제조입찰 방식에서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 위주로 입찰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구매입찰로 전환하면 중국 등 수입제품을 우회로 들여오거나 대기업 제품도 들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전이 올해 '중기제품 구매촉진 협약'까지 체결했으면서 국내 중소 제조기업 물품 구매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은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중기제품 구매촉진 협약식'을 맺은 바 있다. 협약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내수절벽·매출급감 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공공부문에서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파스너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한전이 제조입찰로 진행하던 것을 특별한 명분이나 문제 개선 사유 없이 수입·유통업체, 대기업까지 개방하는 구매입찰로 전환했다”면서 “한전이 지난 5월 맺은 협약의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스텝볼트 품목이 중기 간 경쟁제품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매입찰로 전환하는 것이 대기업에 입찰을 개방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존 제조입찰에서도 대기업 입찰 참여 제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국제입찰 대상에 중국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이 입찰에 선정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전 관계자는 “스텝볼트는 큰 기자재가 아닌 단순 금구류로 물품 사용부서에서도 입찰을 제조업체 대상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면서 “스텝볼트가 중기간 경쟁제품 대상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 입찰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없고, WTO 조달협정상 중국산 제품이 들어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