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역전현상이 새해 전문대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학년도는 대학 입학정원이 입학가능자원을 처음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계는 전문대부터 그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대는 입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학가능자원이 정원보다 3만6000여명 많았던 지난해에도 1만5000여명 미달 상황이 벌어졌다. 2021학년도는 미달인원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4년제 일반대학을 우선하는 국내 정서상 정원 미달 충격이 전문대부터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에 반해 전문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평생직업은 사라지고 급변하는 사회에 평생교육과 직업 전문성이 강조된다. 소규모 도시일수록 해당 지역 대학의 역할도 커진다. 갈 길은 멀지만 혁신에 전문대 사활이 달렸다. 전문대가 제 역할을 해내야 직업교육과 지역인재 양성 길도 열린다.
정부는 내년 전문대학 지원 사업을 대폭 늘린다. 마이스터대학을 비롯해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전문대를 이름에 걸맞은 특성화 전문 교육기관으로 만드는 혁신을 감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전문대를 직업교육에 특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자신문은 전문대의 특성화 지원을 위해 최근 전문대 평가를 실시했다. 연장선상에서 최악의 위기 속에 역대 최대 규모 지원 사업 시행을 앞두고 전문대 혁신방안을 모색한다. '2020 전자신문 전문대학 평가' 본지 12월 17일자 1면, 13~15면 참조
◇전문대 '특성화' 지원 정책 돌파구 될까
정부는 새해 전문대 재정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신산업 선도 특화 전문대학, 마이스터대학, 전문대학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사업 등을 새로 추진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신산업에 특화된 선도 전문대 12곳을 상반기 선정한다. 각 대학 당 10억원씩 120억원을 지원한다. 선정된 전문대는 신산업 분야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나 개별 기업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마이스터대학은 전문대의 사회적 위치와 수준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하는 사업이다. 전문대에서 석사학위 취득까지 가능하게 된다. 기능인으로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인재 양성이 기대된다. 교육부는 시범사업으로 5개교를 선정하고 각각 20억원씩 지원해 제도를 마련한다. 향후에는 교육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인가해주는 형태로 운영한다.
전문대학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도 내년 시작한다. 5개교를 선정해 총 6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신설된 전문기술인재 장학금도 늘어난다. 지난해까지 전문대는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장학금조차 없었다. 지금도 일반대 우수장학금규모와 비교해 턱없이 낮다. 올해 전문기술인재 장학금은 125개교 1000명에게 총 71억원이 지급됐다. 재적생 수혜인원은 일반대 0.63%인데 전문대는 0.16%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1200명으로 수혜인원이 늘어난다. 예산도 86억8000만원으로 증액됐다.
그동안 대학 정책은 사실상 일반대 위주였다. 교육부 조직만 해도 2개국이 일반대 위주의 대학 정책 업무를 맡았다. 전문대는 1개과와 팀이 총괄하다 올해 들어서야 전문대지원과가 신설돼 2개 과로 늘었다.
전문대 학생정원이나 대학수가 일반대보다 적지만, 그보다도 전문대에 대한 입지가 문제였다. 전문대는 학생 입학지원부터 사회 인지도, 정책 지원까지 모든 점에서 일반대 다음 순위였다. 직업교육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전문대가 직업교육 기관으로서 새로 자리매김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가 전문대에 특화된 재정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다.
◇직업교육 넘어 평생교육기관으로
전문대 관계자들은 전문대가 직업교육을 넘어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문대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미래 신직업 수요 대비 직업교육과정이나 마이스터대학을 통한 고등직업교육모델도 이때 구상했다. 직업교육을 넘어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방향도 제시했다. 전문대는 직업교육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 트랙을 제도화하는 한편 국가책무성 강화를 위해 법령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내년 최우선 과제로 전문대 혁신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지역산업-지역대학이 협업하는 지역혁신시스템(RIS)의 전문대 버전도 필요하다. 현재 RIS에 전문대도 참여하지만 사실상 지방국립대 위주 사업이다. 소규모 지자체에 자리한 전문대일수록 지역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지역 기반 직업계고 활성화 정책은 내년에 신규 추진된다. 지역 내 직업계고-기업(선취업)-대학(후학습)으로 이어지는 지역인재 성장경로 구축을 위한 사업이다. 고등직업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생태계를 살릴 방안에 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지원방안에서 직업교육 혁신지구 모델이 언급되기도 했다. 올해 교육부가 정책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서 전문대가 산업현장 요구에 맞는 맞춤형 직업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현장과 직업교육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형태다. 지역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해 지역 성장을 이끄는 인재가 된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된다.
김일수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내년에는 전문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며 “앞으로 해당 지역에서 전문대가 지역 인재를 키워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