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이 전기차 배터리를 리스(대여)하고, 다 쓴 중고·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사업에 진출한다.
고객은 고가의 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어 초기 부담을 줄이면서 배터리 수명 관리 등 안정적인 관리서비스를 제공받고, 사업자는 중고·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후방사업까지 영위할 수 있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추진이 힘들었던 BaaS 사업이 국내에서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피엠그로우 컨소시엄은 최근 정부로부터 '전기버스 배터리 리스 및 재사용 사업'이 정부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 실증특례 승인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배터리 리스·재사용을 목적으로 배터리 서비스 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은 건 현대차 컨소시엄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 컨소시엄은 전기택시를 대상으로 하지만, 피엠그로우는 대용량 배터리 관리가 필수인 전기버스로 사업 차별화에 나선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전기버스의 다 쓴 배터리는 해당 지자체에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당 업체의 사업성을 따져 '배터리 리스·재사용 사업'을 허용해준 것이다.
앞으로 피엠그로우는 전기버스용 배터리팩을 전기버스 운수업체인 선진버스를 대상으로 배터리 리스와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기한이 다한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급속)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작, 선진버스가 이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추게 된다.
고가의 배터리를 리스해 구매자 부담을 낮출뿐 아니라, 다 쓴 배터리를 ESS 등 후방산업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분야 신사업인 셈이다.
운수업체는 이 과정에서 배터리 교환 등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보장받을 수 있어, 안정된 차량 운행에도 유용하다.
피엠그로우 컨소시엄은 배터리를 비롯해 전기차·충전기 등 관련 운행 데이터를 수집해 설비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유도한다. 이후 다 쓴 중고·폐배터리는 등급 분류를 통해 ESS 배터리로 재사용된다.
사업 총괄은 피엠그로우가 맡고, 이 데이터를 통한 배터리 성능 분석은 삼성SDI와 피엠그로우가 함께 담당한다. 선진버스는 전기버스와 충전소를 운영하는 운수사업자로서 배터리를 리스로 공급받고 재사용 배터리 기반의 ESS를 충전기 시스템에 연계·운영하는 실증 사업을 주도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삼성SDI 배터리가 활용되고, 경북테크노파크가 배터리 등급 분류, 아우토크립트가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실증사업에 협력한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단순 배터리 리스뿐 아니라, 운수사업자가 전기버스 충전소에 연계하는 리유즈(재사용) 사업 모델이다”며 “전기버스의 폐배터리를 다시 전기버스 충전시스템에 재활용하는 리유즈 ESS로 활용함으로써 운수회사가 에너지자원을 선순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