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대한 전환의 시작 데이터 댐

디지털경제는 데이터를 투입 요소로 활용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산출하면서 발전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재사용과 공유가 가능한 데이터는 경제 자원으로서의 중요성도 더욱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투입물과 산출물인 데이터는 근본적으로 독점적 가치와 공유의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어서 데이터 가치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데이터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기고] 거대한 전환의 시작 데이터 댐

정부는 우리 상황에 적합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으로써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역시 데이터와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 댐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디지털 전환을 전면화, 가속화하려는 디지털 뉴딜사업의 핵심이다. 지형을 고려해 댐을 건설하듯이, 데이터 댐도 분야별 데이터 상황을 고려해 수집, 축적, 가공, 활용을 위한 체계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플래그십 프로젝트, 인공지능 융합 선도사업 등을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활성화보다 훨씬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경제발전의 맥락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자. 산업경제는 자연자원, 자본,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제발전을 이뤘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욕구와 시장에 대응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역량을 갖춰 성장했다. 이 시기에는 자본을 축적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투입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과학기술, 교육, 효율적인 각종 기반구축은 지속적 성장의 주요 조건이 됐다. 이러한 조건들은 안정적인 정치와 사회제도, 시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제도 등 사회 구성원이 만들어 내야 하는 주요 조건이다. 이러한 활동에 데이터는 부수적인 역할을 했다.

기술과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욕구도 변화하면 그에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 정치사회제도 등도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가 있으며, 이미 기업, 산업, 국가 경쟁은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에 의한 경쟁으로 규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연과 같은 외부 조건에 의해 경제성장이 외생적으로 결정되던 경제성장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데이터, 지식, 각종 제도 등 내부조건이 경제성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뉴딜정책이나 데이터 댐과 같은 사업은 내생적 경제성장의 지속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하고 시급을 다투는 사업이다.

데이터가 아무리 축적되고 개방돼도 가치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 댐 사업은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으로서, 정부의 마중물 제공 역할이 끝나면 민간부문이 필요에 의해 유지 발전되는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데이터 활동을 체계화하고 데이터 결합과 활용에 필요한 기술적,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초기단계를 지나면 사회의 각 주체가 자발적인 생태계 참여를 통해 각자의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해 가치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참여로 생태계가 활성화 되더라도, 정부는 공공성이 있는 인프라 구축, 표준화 등의 조정, 각 주체 간의 협력체계,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원칙에 대한 합의 도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다목적 댐이든 데이터 댐이든 그 과정과 성과의 핵심은 사람이므로 정부가 추진하는 휴먼뉴딜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정부는 설정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참여자들이 협력하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댐 사업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산업화 시대는 도로, 철도, 항만, 항공, 전기의 네트워크이고, 정보사회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추가되며, 미래 지능정보사회에는 지능정보 네트워크가 덧붙여질 것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데이터 댐은 지능정보사회 실현을 통해 우리나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이를 통한 디지털 전환은 그린뉴딜과 휴먼뉴딜의 성공조건이며, 헝가리의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보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회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필기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pilky.h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