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 비중이 6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업당 14.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를 통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벤처투자시장도 대형화를 통해 스케일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으로 불거진다.
27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56개사 가운데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총 34개에 이른다. 전체 비중 가운데 60.7%를 차지한다.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상장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효과도 상당하다. 최근 5년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3339개사는 투자 직전 연도에 비해 4만8025명을 고용했다. 특히 벤처투자를 유치한 이듬해에는 고용 증가율이 30.5%로 상승한다. 벤처투자 성과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일자리 창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벤처투자 성과가 커지는 만큼 이제는 유니콘으로 발돋움할 대형 자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벤처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11월 기준으로 쿠팡, 토스, 미미박스, 쏘카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274개사는 이미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과거 창업 활성화에 집중됐던 정책에서 벗어나 유니콘으로 키우기 위한 혁신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 벤처펀드 규모는 아직 평균 25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한 개업에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벤처펀드가 함께 투자하는 클럽딜 방식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미국 등 선진 벤처투자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 시장 규모는 아직 영세하다. 지난해 미국의 신규 펀드 결성 금액은 2200억원에 이른다. 6000억원 이상 규모의 메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반면 한국의 평균 펀드 결성 금액은 242억원에 불과하다.
펀드 규모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균 투자 금액도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의 기업당 평균 벤처투자 금액은 154억원으로 국내 평균 투자금액(27억원)보다 5배 이상 크다.
회수 시장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스케일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이 다시 회수를 거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스닥 시장과 코넥스 시장을 통합해 성장성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과 인력, 제도 및 예산을 독립하는 등 시장구조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 역시 모험자본 선순환을 위한 필수 요소다. 벤처기업 전용 M&A전문펀드를 도입하고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해 벤처투자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더욱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스타트업 창업 중심에서 스케일업으로 프레임을 전환할 때”라면서 “민간·해외 자금 유입을 위한 인프라 지원뿐만 아니라 운용사로서의 신뢰 제고를 위한 VC 업계의 전문화 역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