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공급망(GVC) 재편, 산업 지형 급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에 따라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진행 중이다. 정유·석유화학·철강·조선 등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도 디지털 전환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일하는 방식부터 제품과 서비스까지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뤄내느냐에 따라 기업 생산성은 물론 생존력까지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위드(with) 코로나19' 시대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디지털 전환에서 찾는 우리 중공업의 업그레이드 현장을 살펴본다.
◇디지털 전환 속도전 나선 정유사
정유업계는 디지털 전환 속도전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딥체인지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석유정제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친환경, 플랫폼 중심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석유사업 한계를 넘는 딥체인지를 가속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석유사업 기반의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SK에너지는 △디지털 O/E(Digital Operational Excellency) △디지털 그린(Digital Green)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 등 3대 추진방향을 세워 이행하고 있다. SK에너지 핵심 생산거점인 SK 울산CLX의 수많은 공정과 설비 경쟁력 및 생산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O/E를 강화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현장에 적극 활용해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생산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키우고 혁신과제를 지속 추진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공장과 똑같이 구현한 가상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 운영 방안을 검토해 공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GS칼텍스는 2030년을 목표로 각 공정의 단계별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적 생산을 위한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는 공정, 기술, 자산관리 등 영역별 디지털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전사 적용을 통한 회사 사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에쓰오일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공장과 마케팅 등 전 사업영역에서 업무 효율성 증대, 비용 절감, 운영 최적화,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정유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계약시스템을 구축했고 주유소에 카카오페이 결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디지털 전환 추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 구축과 핵심업무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2025년까지 스마트플랜트와 스마트컴퍼니 구축을 완료한다. 이미 인사, 생산, 영업 등에서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 일부를 로봇 소프트웨어(RPA)가 대신하고 있다. 2023년 대산공장은 스마트 플랜트로 탈바꿈한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공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글로벌 선두기업 도약하는 석유화학
석유화학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무기로 삼았다. LG화학은 미래 첨단 기술로 화학업계 혁신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AI, 빅데이터 등 미래 첨단 기술을 주요 사업부문에 도입하고 있다.
LG화학은 AI 채팅 로봇인 '켐봇(ChemBot)'을 전사 업무 포털에 도입했다. 석유화학부문은 IoT와 빅데이터 기반의 딥러닝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의 불량률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생산성 증대에 나선다. 대산공장은 사업장 내 LTE 전용망을 구축하고 IoT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출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첨단소재 부문은 AI를 활용한 딥러닝 기술로 고효율〃장수명의 고성능 OLED 재료 개발에 나선다.
지난 2018년 선제적으로 디지털 전환 계획을 수립한 롯데케미칼은 코로나 시대에 맞춘 근무 방식 변화로 회사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 진행이 가능한 RDS(Remote Desktop System) 시스템 구축, 고객별 요청에 맞춘 다양한 영상회의 솔루션을 적용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은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해외 슈퍼바이저와 원격 점검 및 회의를 진행 중이고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첨단소재사업은 AI를 활용한 품질판정 시스템과 다양한 제품 컬러 데이터와 이미지로 염안료 처방을 예측하는 컬러 매칭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화토탈은 대산공장에 가동 중인 모든 설비 정보를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설비정보포털(AIP)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화토탈은 빅데이터 활용 분야를 설비, 공정뿐 아니라 안전환경, 제안 분석 등 문서로 작성된 비정형 데이터와 영상데이터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산공장 정기보수 기간 중 비대면 업무 확장을 위해 무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글라스 원격지원 시스템'도 도입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스마트글라스는 비대면 업무 기기지만 커뮤니케이션 오류 없이 안전하게 정기보수 작업을 마쳤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