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코로나에 출렁인 유통가, 비대면·합종연횡 빨라졌다

롯데쇼핑 오프매장 100개점 폐점 등
고강도 구조조정 인적쇄신 나서
온라인쇼핑 올 거래액 130조원 돌파
물류거점 투자·업계 합종연횡 잇따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올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악재 속에 전례 없는 풍파를 겪었다. 전통적 대면 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생존 사투를 벌였고,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된 e커머스와 홈쇼핑은 특수를 누렸다. 재난은 소비 행태를 변화시켰고, 유통 산업의 비대면 전환을 가속화했다. 각 기업들은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고강도 쇄신과 함께 합종연횡으로 성장 활로를 모색하며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롯데는 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은 대표적 기업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롭스 등 100여개 매장을 폐점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구조조정이다. 동시에 계열사별 산재돼 있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해 '롯데ON'을 열었다. 국내 유통산업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비대면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변화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속도가 크게 당겨졌다. 소비 패러다임도 급변했다. 온라인은 뛰었지만 오프라인은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며 입지보다 물류 인프라가 유통업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온라인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층마저 대거 유입됐다.

명품 소비를 앞세워 작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백화점은 이번 코로나19로 크게 흔들렸다. 감염 우려로 대형 유통시설 방문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고, 사회적으로도 외부 활동이 줄면서 패션잡화 중심의 백화점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대형마트는 식료품 판매가 늘며 선방했지만 수익 감소는 피하지 못했다. 점포 자산을 유동화해 온라인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매장 수도 크게 줄었다. 국내 대형마트 매장 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400개 아래로 줄었다.

코로나 악재는 유통 대기업의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롯데쇼핑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46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57.2% 감소했다. 신세계는 영업손실 14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백화점도 영업이익이 63.7% 줄었다. 한 유통사 임원은 “입사 후 수십 년간 근무하면서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는 고강도 인적쇄신으로 이어졌다. 주요 업체들의 임원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주요 경영진도 50대 중심으로 젊은 인재들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롯데는 임원수를 20% 줄이고 직급 체계를 간소화했다. 신세계 역시 전체 임원의 20%가량이 퇴임하고, 본부장급 임원을 70% 이상 교체했다. 각사 모두 젊고 민첩한 실무형 조직으로 전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새판을 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e커머스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렸다. 신선식품과 생필품까지 비대면 소비가 대세로 떠올랐다. 올해 10월까지 국내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은 130조585억원에 달한다. 올해 전체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9.4% 늘어난 16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젠 e커머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넘어 국내 소비시장에 완벽한 주류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 경험이 쌓이면서 이 같은 추세는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배달 시장도 급성장했다.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및 근거리 소비 확산에 따라 성장세가 가파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조원대로 추산된다. 올해는 3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들어 음식 배달뿐 아니라 생필품 초소량 즉시배달까지 시장 영역이 대폭 확장됐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올해 배달 주문 건수는 지난해보다 132%가량 증가해 1억2300만건을 넘어섰다.

배달 서비스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유통 대기업들도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 즉석조리 식품을 배달하는 '바로투홈' 서비스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고메이494에서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 '김집사블랙'을 시작했고, 롯데백화점도 강남점을 시작으로 식품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도 올해 본격화됐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유통 대기업은 오프라인 자산과 온라인 사업의 화학적 결합에 초점을 맞췄다. 이마트는 SSG닷컴와 물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PP센터 구축과 상품 판로 확대에 주력했다. 롯데 역시 온라인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픽업 장소로 삼거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둥 옴니채널 강화 전략을 중점을 뒀다.

그간 온라인사업에 소극적이었던 현대백화점도 올해 식품관 전문몰을 오픈하고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달라진 소비 변화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GS도 그룹 유통사를 일원화, 상호 보완 효과를 노렸다. 오프라인 전국 거점을 확보한 GS리테일과 온라인 커머스에 강한 TV홈쇼핑을 하나로 합쳐 성장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파편화돼 있는 e커머스 시장 역시 발걸음이 바빠졌다.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우군 찾기도 업종과 국경을 넘나들었다. 쇼핑을 전략 육성하려는 네이버는 물류시스템 강화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 혈맹을 맺었다. 11번가 역시 미국 아마존과 협력해 성장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김연희 BCG 유통부분대표는 “올해 온라인 유통시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5년 치를 한꺼번에 성장했다”면서 “이제는 기존 생필품 중심의 온라인 유통 2.0시대에서 대면 구매 위주였던 신선식품·뷰티 제품도 온라인으로 사는 3.0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