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모든 전기차의 데이터를 개방하라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로 차량 운행 데이터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방전 데이터를 활용한 후방 및 서비스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슬라는 집단 운행 데이터를 활용해 이전보다 저렴한 보험 상품을 내놨고, 중국에서는 전기차 충·방전 데이터 기반 배터리 서비스(BaaS:Battery as a Service)가 등장했다. 데이터가 고객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도 활용되지만 새로운 후방·서비스 산업까지 창출하고 있다.

현대차·LG화학·현대글로비스 컨소시엄과 피엠그로우·삼성SDI·선진운수 컨소시엄이 최근에 각각 '배터리 리스 및 재사용 사업'에 대한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에 통과, 실증특례 자격을 획득했다. 현대차 측은 전기택시를 대상으로 피엠그로우 측은 전기버스를 대상으로 전기차의 배터리를 리스(대여)하고, 다 쓴 중고·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BaaS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업을 통해 고객은 고가 배터리를 빌려 쓰는 초기 부담을 줄이면서 배터리 수명 관리 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 받고, 사업자는 중고·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후방사업까지 영위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의 배터리는 정부에 반납해야하는 규제 때문에 추진이 힘들었던 BaaS 사업이 이들 사업자에 한해 가능해졌다.

BaaS는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차량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익성을 올리는 게 핵심이다. 차량 위치 정보·주행거리 등 데이터와 충전기 전류·전압·충전량 등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배터리 위험 상태뿐만 아니라 교체 시기나 전비 등 최적 관리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여기에다 수명이 다된 배터리를 수거한 이후 배터리 상태 파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도한 정밀 진단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충전 분야에서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못한 급속 충전이 배터리 수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고, 여름·겨울철 날씨 변화에 따른 차량 주행거리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전기차의 배터리를 자동교환해 주는 BaaS 사업을 론칭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전기차의 배터리를 자동교환해 주는 BaaS 사업을 론칭했다.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테슬라는 10년 가까운 지난 시간 동안 자사 차량에서 추출한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이다(LiDAR) 없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었고, 또 배터리 업체가 아님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에 국내에도 전기차 관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배터리를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규정을 개선해 차량 각종 데이터를 필요한 업계와 공유해 관련 서비스 및 후방 산업을 창출하자는 이유에서다.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은 “단순하게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데만 초점을 두지 말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민간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모든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보다 전기차 배터리·주행·충전 등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