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은 디지털 전환 핵심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영상회의, 온라인교육 등 IT 기반 서비스 중요성이 높아졌다. IT 없이 일상 생활과 근무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IT를 도입한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낸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면서 IT 도입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민간 이어 공공까지 클라우드 전면 전환 선언
최근 몇 년간 대기업 중심으로 클라우드 전환이 탄력 받았다.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LG, SK 등 대기업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는 계획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클라우드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KT는 2023년까지 5000억원, 현대·기아차는 향후 7년간 4000억원을 클라우드 전환에 투입한다. 롯데·현대상선·현대카드·아모레퍼시픽 등도 내부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등 국내 주요 대기업군 클라우드 도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눈에 띄는 변화는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전면 도입 기조다.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클라우드 인식과 역할이 재조명 받았다. 코로나 맵, 온라인 강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가 인프라(IaaS)로 활용됐다. 마스크앱, 콜센터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IaaS·PaaS)에서 신속히 개발했다.
정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클라우드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과 AI와 언택트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클라우드 필요성에 공감했다. 클라우드 산업 전략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면전환'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주요 부처를 비롯해 지자체, 공공기관 등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모를 870억원(2019년 기준)에서 2023년 4600억원까지 5배 가량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공공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민간 기업 클라우드 도입도 지원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해 산업 전반 디지털 전환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이용 바우처 지원 등으로 10인 이상 사업체 클라우드 도입률을 현재(2019년 기준) 22.7% 수준에서 2023년 40%까지 끌어올린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과 기업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도입·전환을 1순위 과제로 꼽는다”면서 “공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전면 전환을 선언했지만 정부가 주도한 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로 앞당겨진 데이터·AI 시대
데이터는 AI 밑거름이자 디지털 전환 필수요건이다. 지난해 데이터 산업은 정부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정부는 AI 기반이 되는 양질 데이터 구축에 집중했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빅데이터 플랫폼 센터 구축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품질 개선 등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자연어 처리 △자율주행기술 △음성·시각·언어 등 융합분야 등 산업적으로 활용가치가 높고 데이터 확보 필요성이 시급한 분야를 중심으로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지정했다. 지난해 이어 새해도 이어질 사업에서 구축된 데이터는 향후 외부에 개방돼 양질 AI 서비스 개발에 사용될 전망이다.
AI가 산업 전반에 도입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AI 기술을 도입할 전문인력이 없다. 정부가 지난해 진행한 'AI 바우처' 사업은 AI를 서비스하는 기업와 도입하려는 기업 모두 요구를 충족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AI 기술이나 서비스 구매 비용을 일부 지원해 원하는 AI 기술이나 서비스를 도입하도록 했다. 이 사업 역시 새해도 지속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데이터, AI 등 디지털 전환 주요 기술에 대한 정부와 업계 관심이 더 높아졌다”면서 “단순 일회성 지원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만들때까지 지속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속 사이버 보안 중요성 커져
민·관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이버 보안 중요성도 커진다.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확장된 업무 환경 속에서 기업과 기관 정보 자산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내 업무 환경과 비교해 재택 등 외부 환경은 보안이 취약해 랜섬웨어 등 사이버 공격에 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 일환으로 'K-사이버방역' 정책을 마련했다. 사이버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운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첫해 개인용컴퓨터(PC) 원격보안점검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정보보호 역량 강화 사업,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시범사업 등으로 구성, 추진됐다.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는 새해 K-사이버방역 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 대상으로부터 수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랜섬웨어 공격은 새해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암호화 전 기업 정보를 빼돌린 뒤 금전을 지불하지 않으면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신종 수법이다. 협박 수위가 높고 기업 '망신주기' 등 평판을 훼손한다. 빼돌린 정보는 다크웹 등을 통해 판매한다. 이 공격은 소수 사이버 범죄조직에 의해 시도되다가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다른 범죄조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의료 산업도 주요 사이버 공격 대상으로 부상했다. 병원 등 의료업계는 사이버 공격에 당할 경우 환자 목숨이 위협받을 만큼 보안 실패에 따른 여파가 치명적이다. 환자 정보 등 개인정보 민감도도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미국 한 병원은 랜섬웨어에 감염된 뒤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이용자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이슈라는 점도 코로나19 관련 안내 등을 사칭한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이 증가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겨냥한 연구 기밀 등 정보 탈취 공격도 잇따른다. 북한·러시아 등 정부지원 해킹조직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연구소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공격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지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국내에선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제도 강화, 정보보호 공시제도 강화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민·관 보안 의식과 투자도 제고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