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기와 전환의 시대, 디지털로 공공혁신에 나서자

[기획]위기와 전환의 시대, 디지털로 공공혁신에 나서자

우리 국민은 일찍부터 PC통신과 인터넷, 모바일 환경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정보화 역량이 크다. 또 민주화 쟁취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사생활을 일부 내주더라도 공동체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자신감, 높은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고 있다.

100% 휴대폰 보급률과 초고속인터넷망, 효율적 주민관리체계, 카드회사와 지역화폐 등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이를 떠받치고 있는 디지털 사회 자산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 재난에 대응해 빠르고 효율적인 행정을 펼쳤다. 경기도는 도민 1370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두달 만에 지급했고 석달 만에 다 쓸 수 있었다. 정부도 1차 재난지원금을 같은 방식으로 지급했다.

소멸성 지역화폐는 시기와 지역을 명확히 타기팅해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돕고 꺼져가던 경제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에 팩스와 전화로 늑장 행정처리를 해야 했던 일본은 스가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청'을 세우겠다고 했다. 디지털의 힘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성과에 만족하고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GPT-3 모델은 말로 코딩이 가능하고 알파폴드가 보여준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은 인류가 현미경과 망원경을 넘어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비대면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능력은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연결에는 지식을 만들고 미래를 그려내는 데이터가 흐르고 있다.

진짜 큰 위기가 또 닥쳐올 것이다. 세계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돼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똑똑해진 기계들이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저렴하게 만들어낼 것이다. 세계의 치열한 기술경쟁과 달라진 경제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될 것이다.

위기와 전환의 시대를 맞아 가장 먼저 공공행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공행정은 감시와 견제를 받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공공행정을 혁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정보기술(IT)이다. 디지털은 수평성, 투명성, 효율성, 혁신성을 갖고 있다.

종이 문서를 전산화하며 탄생한 전자정부는 이제 데이터정부로 바뀌어야 한다. 익스플로러에 기반한 행정포털에서 아래아한글 같은 옛날 프로그램으로 만든 문서를 주고받는 현재 업무방식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협업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이뤄지는 업무로 대전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같은 첨단 기술 용어만 나열한다고 미래가 장밋빛으로 바뀌지 않는다. 일상과 업무에서부터 실질적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해진 관행과 습관을 끊어내야 하고 전체 시스템과 생태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기대보다 늘 불편하거나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서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지능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군대가 첨단 무기로 싸워야 하듯이 공공부문 역시 첨단 기술과 시스템으로 무장해야 한다.

경기도는 올 한해 문서포맷 표준화 로드맵 발표, 공공배달앱 등 디지털 SOC 구축, 데이터배당을 통한 데이터 주권의 실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분석 등 IT를 활용한 공공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 게임과 VR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실증사업을 지원하고, 전시관에 머물던 미래기술을 일상의 소비현장으로 옮겨 최초의 도보산책 전시회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다양하게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한해는 위기의 해였지만 동시에 기회의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위기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힘겹고 어두웠던 올해를 계기로 2021년 새해는 공공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그래서 새해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새로운 혁신의 기운을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seerlim@g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