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이공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서울지식재산센터 기술보호 전문가)
2018년 6월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UAE와 함께 한국의 중동 3대 수출국 중 하나의 지위를 가진다. 비록, 지금은 경제 제재로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고는 하나, 서울 강남 한복판의 ‘테헤란로’를 생각해봐도 한국의 중동 교역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없으며, 한국 무역 수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 부품의 이란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특히 높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여타 중동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란에서의 지식재산권 보호방법에 대해서는 양국의 교류 감소와 언어적 장벽이 맞물리면서 그 중요도에 비하여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 기고에서는, 이란에서의 지식재산권 중 상표권의 등록 및 분쟁 절차의 특이점들 중 한국의 수출 기업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한국의 제도와 대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이란은 시각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전형 상표, 즉 흔히 문자 상표와 도형 상표로 호칭되는 것에 한하여 등록이 가능하고, 소리 상표나 냄새 상표와 같은 비전형 상표는 아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상표, 서비스표, 증명 표장, 지리적 표시가 모두 보호대상 권리종별에 포함되고, 또한 여러 상품분류를 하나의 출원서에 지정하는 다류 출원도 허용된다.
이란은 현재까지 상표권 등록수가 약 25만 건으로서 연평균 20만 건 가량 출원되는 한국의 출원 규모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동차 시장과 같이 한국기업의 진출가능성이 큰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상표 선점의 기회 역시 아직 크다고 할 수 있다.
상표 자체의 구성이나 의미와 관련된 등록장애 요건으로서의 특색은, 이란은 이슬람 문화의 종주국 중의 하나인 관계로 상품분류 제33류의 알코올 음료에 대한 상표 등록은 불가능하며, 상품분류 제32류의 맥주, 에일, 포터 등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취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이란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채용되는 니스 상품분류에서는 위스키와 같은 일반 알코올성 주류는 상품분류 제33류에 속하고, 맥주의 경우 비록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탄산음료나 과일주스와 같이 상품분류 제32류로 분류된다. 또한, 종교적 색채가 강한 국가적 특색상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표장의 상표 등록을 불허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모습을 포함하는 도형상표의 등록을 금지하는 것이 눈에 띄는 특색이다. 이 점은 이란에서의 브랜드 전략 시 주의해야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심사관의 실체 심사(식별력, 선행상표 등에 대한 심사)가 완료되면 출원공고 되어 30일 간의 이의신청 기간이 주어지며, 이해관계인에 한하여 이의신청이 허용된다. 이의신청서가 송달되면 이란 내국인의 경우 20일, 한국기업과 같은 외국법인은 40일의 답변서 제출기간이 주어지는데 답변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제기 당하는 경우에는 기한 준수에 특히 신경을 써서 이의신청 인용으로 인한 상표거절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이란은 이의신청 심리에서 구술심리 신청기간이 별도로 출원인 답변서 제출 후 20일로 특정되어 있는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이의신청의 심리 기간이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점에서 이의신청 심리 적체는 상당히 큰 편이며 통상의 이란 상표출원의 등록 소요기간이 5개월 가량이라는 점에서 이란의 이의신청 심리기간이 이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의신청 결과가 인용이던 기각이던 관계없이 출원인과 이의신청인 모두 법원에 불복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실무와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란도 상표권의 보호 기간은 10년이며 이후 10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한데 위 최초 보호기간 10년의 기산점이 한국과 달리 상표등록일이 아닌 상표출원일이라는 점에서 상표권 관리 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한국에서와 같이 원존속기간 만료 후 6개월의 존속기간 갱신을 위한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있다. 이란에서도 한국과 같이 상표 등록 후 3년 간 상표 사용을 하지 않으면 불사용취소심판 청구에 의하여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이란의 법원 구조도 한국과 동일하게 3심제를 채택하고 있고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항소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란 내국인의 경우 항소기간이 20일이나 한국기업은 외국 법인으로서 2개월의 항소 기간이 주어진다. 항소 법원의 판결도 대법원에 상고 제기가 가능하지만 이란 대법원도 특정의 요건을 갖춘 상고 사건만 심리를 하기 때문에 상표권 분쟁 사건의 경우 항소 법원의 판결이 최종심이 되는 것으로 보이며, 실질적으로 상표 분쟁 사건은 2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법체계도 프랑스 법체계의 영향을 받아 판례법이 아닌 성문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상표 사건에 있어서 종래 사건의 법원 판결이 이후의 다른 사건에 있어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표권 관련 모든 법원 사건은 피해 발생 지역에 관계없이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법원에서 전속 관할을 가지고 있어서, 테헤란에 주재하는 한국기업에게는 상당히 편리할 수 있다.
이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는 손해 배상 청구 등의 민사상 조치 이외에도 형사 조치가 가능하다. 일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의 의지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침해죄의 벌금액수나 징역형의 형량의 크기로부터 이를 가늠해 볼 수도 있는데, 이란의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죄의 벌금 액수가 10,000,000 리알 내지 50,000,000 리알로서(2008년 법 기준) 2020년 10월 중순 경에 한국 외환 시장의 환율(1 IRP=0.02681 KRW)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면 27만원에서 134만원에 불과하고, 징역형의 형기도 91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만 가능하다.
특히,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한국에서도 징역형의 선고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도 유사하다. 단, 상습범의 경우에는 벌금형과 징역형을 동시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상표권 침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한국 상표법 제230조). 이란의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은 5,000US$ 이상으로서 한국의 약 1/6인데, 벌금형의 액수만 본다면 상대적으로 체감되는 처벌의 크기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이란에서의 상표권 침해죄 초범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에 처해지고 징역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반면에 이란의 법원은 의외로 상표권 침해 사건에 있어서 침해자에게 엄격한 기준으로 심리하여 상당히 많은 경우에 상표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다고 한다.
상표권 침해죄로 인한 형사 재판은 통상 2 내지 3개월이면 1심 판결이 내려져서 심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항소 법원의 판결도 통상 2 내지 3개월 내에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상표 사건을 심리하는 이란 법원의 1심은 단독판사에 의하여 심리되며, 항소 법원의 경우 3인의 법관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심리를 한다.
이외, 상표권 침해금지를 위한 침해품의 몰수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민사상 구제 수단도 허용된다. 그런데 손해배상의 입증을 위하여서는 침해자의 판매 수량이나 이익의 입증이 필요한데, 이란에서는 무자료 거래, 즉 한국에서와 같이 세금계산서를 발부하는 등, 거래 증빙 서류를 지참하고 물품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여, 침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는 경우에도 손해액의 입증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처리의 경험이 있는 이란 현지 로펌을 통하여 침해자의 거래 자료 확보(인보이스 등 판매액이나 판매 수량 파악)를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에서는 상표권 침해의 증거 조사를 수행하는 별도 시장 조사 업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이란 내부 사정에 밝은 가용한 주재원 등이 존재하지 않는 한 지식재산권에 전문성이 있는 현지 로펌과 국내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침해 증거 조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민사사건의 이란에서의 심리기간은 약 6 내지 8개월로서 한국 법원의 심리기간과 비교해도 역시 신속하게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민형사적 소구의 절차의 선제적 조치로서 이란에서도 상표 침해 중지 경고장의 발송은 상당히 유효하며, 상표 침해 중지 경고장의 내용 구성은, 간략히 발신인(상표권)을 소개하고 수신인이 현재 발신인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의 요지를 적시하고, 침해의 중지를 요구한 후, 상기 상표 침해 중지 경고장을 수령한 날로부터 수일 내에(통상 20여일 내에) 발신인에게 회신할 것을 요구하면 된다.
또한, 이란 내로의 상표권 침해품의 수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란 세관에서 통관 보류를 요청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느 국가의 세관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경우에도 상표권자의 적극적인 상표 침해품 신고와 구체적인 침해 사실 주장입증이 없는 경우 통관 보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란도 최종적으로 통관을 막고 침해품 몰수 조치를 위해서는 법원 판결이 필요하다.
이란 세관의 경우 상표권/침해품의 정보를 관리하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표권자의 적극적인 침해품에 대한 신고를 위한 노력과 침해품 통관 시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면 제한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했으나, 이란도 파리 협약 가입국으로서 한국출원에 대한 우선권 주장을 하면서 이란에 직접출원을 할 수도 있고, 마드리드 루트를 통한 상표보호도 이란에서 가능하다. 또한, 이란에서는 주지저명상표와의 혼동을 이유로 상표등록을 거절할 때는 주지저명상표와 동일한 상표뿐만 아니라 유사 상표에 대해서도 거절을 하는데, 독특하게도 선출원주의를 적용할 때는 유사상표에 대해서는 거절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특색도 있다.
따라서, 상품 또는 서비스가 동일 내지 유사하여도 동일 상표만 아니라면 제3자의 출원이 등록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이란에서는 상표권자가 본인의 상표와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까지 스스로 적극적으로 상표권 확보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본 기고를 통하여 이란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의 상표가 보다 효율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