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 '코로나'에도 미래차 대응에 바쁜 한국 車산업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유행과 '노사 갈등'이라는 최악 시장 환경 속에 미래차 시대 대응까지 감당해야 하는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수출은 급감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수십만대 분량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에 기업들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동성 자금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일부에서는 미래차 시장 선도를 위한 변화에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에 멈춰 선 공장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유행으로 생산 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연초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며 연쇄 셧다운이 발생한 데 이어 미국·유럽에서 속속 공장이 멈춰서면서 생산 활동 중단이 계속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보호무역조치와 자국우선주의 기조까지 더해지며 자동차 수출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이 일부 중단됐던 현대차 울산공장.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이 일부 중단됐던 현대차 울산공장.

실제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상반기 수출 실적은 233만3709대로 작년 동기 대비 28.2% 감소했다. 특히 4월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도 지역에서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고,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 영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완성차 업계는 글로벌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 시장에 집중했다. 특히 정부 개별소비세 70% 인하 시행과 함께 작년 말 현대차 그랜저 출시를 시작으로 아반떼, 기아차 K5, 르노삼성 XM3,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등 인기 차종이 잇따라 판매 호조를 보였다. 국내 시장만큼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큰 보탬이 됐다.

◇위기에도 갈등은 지속

하반기 들어서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과 관련한 노사 갈등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임단협이 한 차례 찬반투표 부결을 거쳐 지난 18일에야 가결됐으나 이 기간 동안 15일간 부분파업 등으로 2만5000대 이상 생산 차질을 발생시켰다. 기아차 노조 역시 임단협 갈등으로 14일간 부분파업을 단행했으며 이 결과 4만7000대 생산 차질을 빚었다.

쌍용차는 하반기 들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동결 및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이달 21일 법원에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함과 동시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프로그램)도 접수했다. ARS 프로그램이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 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회생 절차 개시결정 보류기간 동안 채권자·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할 예정이다. 쌍용차가 3개월 이내에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게 되면 회생 신청은 없던 일이 된다.

◇악재에도 계속되는 '미래차' 대응

올해 자동차업체는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를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올해 중간배당을 포기하는 등 대다수 기업은 고정비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거나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등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반면에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 이후 미래차 시장 선도를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을 활발히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새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가 새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그룹은 미국 앱티브와 각 2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마무리하고, 지난 8월 자율주행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또 싱가포르에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 생산 거점인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초로 고객이 주문 후 자동차를 생산하는 전동화 기반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다.

또 최근에는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9600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사재를 통해 확보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위한 책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는 새해 1분기에 자사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모델인 '아이오닉 5'를 출시할 예정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또 한국지엠은 지난 6월 신형 '볼트(Bolt)'를, 르노삼성은 지난 8월 르노 '조에(Zoe)'를 각각 선보이며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쌍용차도 전동화 시대 대응하기 위해 새해 상반기 중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 첫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해 오던 미래차 시대 변화가 오히려 코로나로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라면서 “미래차나 전동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완성차·부품업체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