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경제가 올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소기업 관련 유관 기관마다 세부 정책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프로토콜 경제가 플랫폼 경제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디앱, dApp) 개발 등 중소기업 분야에 프로토콜 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새해초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 수립을 안팎으로 중소기업연구원이 펴낸 프로토콜 경제 관련 보고서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 국회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중기부에서는 중기연이 발간한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산하기관 등과 발전전략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프로토콜 경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꺼낸 이슈다. 박 장관은 이후 정의선 현대자동차 사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에게 프로토콜 경제 도입을 제안했다. 나아가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도 프로토콜 경제 발전전략 수립이 과제로 담겼다.
프로토콜은 시스템이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규약을 의미한다. 특정한 프로토콜에 따라 모든 사용자가 모든 거래 내역을 분산·저장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의 특성에서 도출된 개념이다. 기업과 개인, 정부 등 모든 시장 참여자가 개인간 규약을 설정해, 모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만들어 플랫폼 기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접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벤처기업·이노비즈·신기술(NET)·신제품(NEP) 등 중소기업 대상 정부 인증서 통합관리 △대기업의 공사 하도급 대금지급 정보에 블록체인 적용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전통시장 디앱(dApp) 개발 및 공공배달앱과 연계 등이 세부 과제로 거론된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프로토콜 경제 전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중기부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프로토콜 경제를 중소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세부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산하기관도 덩달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1분기 수립될 발전전략에 담길 세부 안을 발맞춰 확보해야 한다. 개별 공공기관 차원에서도 기관장 등을 중심으로 앞서 거론된 세부 과제를 중심으로 현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논의 수준을 반영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논란이 크게 불거진 이후에는 사실상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믿을 수 있는 기술업체와 함께 프로토콜 경제라는 철학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를 숙성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기연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참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