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2021 대전망]<2>'디지털 전환' 글로벌 승부처 부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전통 산업에 접목하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데 힘을 쏟는 형국이다. 올해 DX 완성도가 각국 산업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DX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한 비대면 경제가 기존 대면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디지털 기술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거래하는 일반 소비자 시장은 물론 노동집약산업으로 여겨졌던 제조업까지 빠르게 디지털 기반으로 체질을 바꾸는 형국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내수에서 창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비대면 비즈니스가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96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1000억달러를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교차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쇼핑 채널을 전환한 결과다.

이지형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월마트, 타겟, 코스트코 등 전통 유통강자들도 온라인 서비스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구매대행, 배달대행 등 플랫폼 비즈니스가 유망 업종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비대면 비즈니스를 계속하겠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기업 45%가 기업간거래(B2B) 비대면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업별 온라인 계약 상한액은 건당 50만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젊은 소비층이 전체 인구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에서도 급속도로 e커머스가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아마존, 눈닷컴, 샤라프(Saraf DG) 등 중동 내 온라인 유통 플랫폼 매출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신규 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강력한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에서도 사회·경제 전반에서 DX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 지역은 30.2세라는 젊은 연령과 4억명 이상 인터넷 사용자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DX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 이동 제한 등이 이어지면서 한층 가속화됐다.

베트남에서는 작년 9월 기준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전년 대비 73% 이상 늘었다. 이를 겨냥한 핀테크 스타트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작년과 비교해 54%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e커머스 채널 사용량은 80% 이상, 온라인 음식배달 사용량은 40% 이상 늘었다.

이종섭 KOTRA 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은 “아세안 각국 정부는 이 같은 변화를 디지털 산업화 계기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디지털 산업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투자 확대, 5G 인프라 기반 구축, 인력 양성 등 관련 정책을 신규 추진하거나 기존 정책을 개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센 DX 물결은 변화가 더딘 유럽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전자결재가 활성화되는 등 비대면 산업이 유럽 전역에서 유망 업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작년 10월 “펜데믹은 우리가 일하고, 거래하고, 지불하는 방법 등에서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면서 EU에서의 '디지털 유로' 발생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유럽 내 제조업, 의료업 등에서는 DX가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BMW는 중국 텐센트와 협력해 자율주행기술 데이터 저장센터를 설립했다. 프랑스 한 화장품 업체는 최근 AI를 적용한 뷰티디바이스 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길범 KOTRA 유럽지역본부장은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럽 진출 성공 포인트”라면서 “한국의 우수한 코로나 대응 능력으로 향상된 국가 브랜드를 활용해 수요 급증세인 비대면 상품 및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