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 전부터 글로벌 컨설팅 업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방법론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지털 전환이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 혁신 프로젝트인 '디지털 뉴딜'을 필두로 산업 각 분야별 디지털 전환 추진이 빨라진다. 특히 코로나19는 2~3년 후에나 가능했을 비대면 시대를 앞당겼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등 실감기술은 제조와 금융, 공공, 교육, 의료 등 산업 혁신을 부추긴다. 이 모든 환경 변화가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게 한 배경이다. 디지털 전환의 정점에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 있다. LG CNS를 이끄는 김영섭 대표는 지금이 디지털 전환 최적기라며 그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전문성과 산업 전문성, 협업 전문성 삼박자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디지털 전환의 정의와 성공 요소를 들어봤다.
-산업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생존, 성장, 번영을 가능케 하는 이 시대의 확실한 수단이다. 개인이나 조직, 기업, 국가 구분할 것 없이 지금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류에서 멀어질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근간에는 통신,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핵심 기술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이 인간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반대로 인간의 요구가 기술 발전의 촉진제 역할도 한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 IT의 상호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반 발전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충족시켜가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가와 기업,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의 수용 여부는 개인, 기업, 국가 등 모두의 생존, 성장, 번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개인의 삶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일례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개인은 맞춤화 된 서비스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전환 레퍼런스를 만들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가 좋은 사례다. LG CNS를 비롯해 핵심 분야 각 1등 기업으로 구성한 '대중소 상생연합'이 세종 스마트시티를 이끌게 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모빌리티 영역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중소 기업이 모여 국가 차원의 대규모 디지털 전환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나면 해외 진출 기회와 일자리도 많아져 국가와 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기업은 디지털 전환 역량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것이 혁신과 성장은 물론 존립과도 직결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의 육성·확보를 중요시 여긴다. LG CNS의 경우 디지털 전환 전도사로서 전문가와 기술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필요 요소도 기업과 유사할 수 있지만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 전체적인 매커니즘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정부는 각 영역과 일련의 과정들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촉진하고 자연발생적으로 디지털 전환 확산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 준비가 미흡한 산업 분야는 과감한 개입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높여줄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 수준(준비현황) 혹은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IT 강국이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시작이 늦었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테크 자이언트'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여러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로 인재가 몰림에 따라 그 격차가 더 확대될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 격차는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조기에 따라잡을 수 있다. 여러 기술의 융합으로 실질적인 활용을 선점해 나감으로써 선도적 위치에 오를 수 있다.
LG CNS의 얘기를 하자면 우리는 원천기술을 응용해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전문역량이 뛰어나다. 일례로 딥러닝을 통해 이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 내는 글로벌 AI 경진대회에서 LG CNS가 전체 4위, 기업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I분야 세계 유수 기업들과 최고 대학 등 340여개 팀이 실력을 겨룬 자리였다.
우리나라도 정부, 기업, 학계 모두 심기일전해서 우리의 디지털 전환 실력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토양을 잘 다져야 한다.
-디지털 뉴딜을 비롯한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한 생각은?
▲디지털 뉴딜은 여러 산업과 기업으로 하여금 디지털 전환에 참여하게 하고 더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자극이자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인 통신, 컴퓨팅,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을 갖춤으로써 디지털 전환 생태계의 기반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물리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함께 장려해야 기하급수적인 디지털 전환 생태계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댐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도 가공과 분석을 통해 서비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알고리즘과 모델링 등 SW 기술이 접목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SW 역량을 살펴가며 세부사항이 추진되길 바란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가.
▲통신, 컴퓨팅,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이 모두 핵심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기술도 단독으로는 디지털 전환을 완성시키지는 못한다. 이러한 기술들을 적절하게 잘 융합하는 '융합'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기술 간의 융합은 물론 기술과 산업의 융합 역시 필수적이다. 공공, 금융, 물류,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의 속성에 맞게 디지털 전환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를 소개해 달라.
▲LG CNS는 자체적으로 먼저 디지털 전환을 실행해보고 외부에 적용한다. LG CNS는 전체 시스템을 이미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본사 건물은 하나의 커다란 DX 랩이다. AI 얼굴인식 출입, AI 얼굴인식 결제, 무인 편의점, 블록체인 기반 화폐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기술이 구현돼 있다.
LG CNS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대표 성공 사례 역시 클라우드를 들 수 있다. LG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의 화물, 운항, 전사자원관리(ERP) 등 전사 IT시스템을 3년에 걸쳐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최초다. 이는 응용시스템 영역에서의 혁신으로 이어져 한 단계 높은 고객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개방형 생태계 확장이다. LG CNS는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술기업과 협업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AWS, MS, 구글 클라우드 등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서비스나우와도 사업적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미국 슬라럼에는 직원을 파견해 선진 기술과 일하는 방식까지 체득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해 국가와 각 기업이 해야 할 일,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은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국내기업의 SW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만 그치지 말고 세계에서 주목할 만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세우고 있는 반도체, 가전, 배터리, 자동차 등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 모델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과거 전자정부는 우리나라가 해외로 수출하기 매우 좋은 SW 품목이었다.
전자정부를 국가가 주도해 이루어 냈듯이 디지털 전환도 공공의 참여와 주도가 필수적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공공망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함으로써 보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없애고 확산의 촉매역할을 했다. 우리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클라우드 적용 같은 하나의 IT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결정 구조와 사업방식을 바꾸는 대혁신이다. 기업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LG CNS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 디지털 전환을 지원할 계획인가.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보면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선뜻 나서기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이러한 현상은 '3불(3不)'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과거 ERP 시스템 같은 정형화된 미래 이미지가 없다보니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달성하려는 결과 또는 모습이 불(不)명확하고, 둘째는 성공한 디지털 전환 사례가 충분치 않아 효과를 불(不)확신하며, 마지막으로는 기술이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어떤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지 불(不)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LG CNS는 마곡 본사에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고객과 디지털 전환을 체험하고 같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10대 AI 기술을 모은 AI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필요시 고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3不을 해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끝으로 2021년 새해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독자(기업)에게 한 말씀 한다면.
▲'지나고 나면, 그때가 최적기'라고 깨닫는 경험이 있으실 거다. 디지털 전환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서 생존은 물론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제 막 출발해 점점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가는 열차에 비유한다면 탑승을 주저하거나 올라타지 못하는 개인, 기업, 국가는 나중에 힘을 쏟아도 미래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쳐질지도 모른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아직도 디지털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이 준비하고 실행할 '적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김영섭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교경전·한국사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1995년 회장실 감사팀 부장, 1996년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으로 일했다.
2002년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로 승진했으며 2003년 경영관리부문 상무로 LG CNS에 합류했다. 이후 2013년까지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하이테크사업 부사장, 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 부사장(CFO)으로 재무를 책임졌으며 2015년 12월부터 LG CNS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