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자업계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감염 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고, 비행기와 배가 뜨지 않아 제품 운송길이 막혔다. 매장에는 발길이 끊겼고,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중단됐다. 전자업계는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황이었다.
지난해 '멘붕'의 코로나19 속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모두 지내고 난 뒤 돌이켜본 결과 코로나19는 전자업계 실적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진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혼란이 있긴 했지만 이후 새롭게 바뀐 사람들의 언택트 일상 속에서 TV, 가전 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점차 지갑을 열었고, 기업은 소비자가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올해 코로나19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백신이 보급되는 과정이지만 당분간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전자업계는 올해 사업 계획에 코로나19를 상수로 뒀고,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잘 대처한 우리 기업들은 올해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방어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던 한 해였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헛되게 보낸 아까운 시간이 많았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진 못했지만 현재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은 한 해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으로 코로나19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접근하고, 더욱 적극 투자와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결국 뒤로 물러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코로나19는 실적 악화의 핑계가 될 수 없다.
새해에는 코로나19 방어에 급급한 기업 이야기보다 신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서슴지 않는 역동하는 기업 경영 뉴스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를 '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