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교육 통해 '디지털 문맹' 벗어나야

[ET단상]공교육 통해 '디지털 문맹' 벗어나야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도움이 되는 좋은 정보나 재미있는 글을 주변과 공유하고, 필요한 물건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바이러스 확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1년을 지나올 수 있었다. 앞으로 온라인 세상은 더 빠르게 진화해 머지않아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에 컴퓨팅 소프트웨어(SW)가 있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세상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SW 기술도 고도화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빨리 발전한 산업 역시 SW에 기반을 둔 산업이다. 10명도 안 되는 젊은 SW 개발자들이 설립한 네이버는 20여년 만에 시가총액 5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쿠팡,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좀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시작한 작은 기업이 대한민국 대표 성장기업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자수성가한 젊은 갑부의 성공담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성공담은 왜 나와 상관이 없을까. 엄청나게 빨리 발전하는 분야에 왜 나만 뒤처져 있다고 느껴질까.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이 시대의 핵심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나 구구단처럼 기초 소양으로 자리 잡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내가 하는 일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초등학생이 자라서 취업할 때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직업에서 일할 확률이 65%가 넘는다. 이 새로운 유형의 대부분이 데이터 개념과 프로그래밍 원리를 알아야 하는 직업일 것이다.

현재 정부 지정 40개 SW중심대학을 필두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필수로 가르치는 대학이 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 과정에도 적은 시간이나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SW 교육은 매우 단편화돼 있으며,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구구단처럼 익숙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SW와 인공지능(AI)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쟁력 또는 생존력을 지키기 위해선 전 국민이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오는 2022년은 정기 교육 과정 개편 연도다. 이제 우리도 초등과 중·고등 교과 과정에서 정보 교과를 정식으로 독립된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체계를 갖춘 교육을 시행해야 할 때가 됐다. 모든 학생이 읽기·쓰기나 수학을 배워야 하듯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SW와 AI 기본 원리를 알아야만 한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SW와 AI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지털 문맹률이 90%가 넘는 상황이어서 몰라도 당연하게 여겨 온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제는 조금 다른 각도로 봐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데이터 개념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원리도 모르면서 주요 업무를 경쟁력 있게 수행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때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환경에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2022년 교육 과정 개편이 지혜롭게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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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장·서강대 교수 seojy@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