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CATL이 지난해 발표한 투자액이 730억위안(약 12조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을 제외한 전체 누적 투자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CATL은 올해도 생산량을 늘려 배터리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선두 지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신증권은 CATL의 배터리 생산능력이 지난해 95GWh에서 올해 말 160~185G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CATL이 올해 최소 66GWh의 배터리 생산라인 44기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CICC는 2025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1300GWh 이상이며, CATL이 향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25~30%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CATL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생산능력을 합친 200GWh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CATL 한 개 업체가 우리나라 전체 배터리 업계와 견줄만한 덩치가 되는 셈이다.
CATL이 생산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말까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줬고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는 안정적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라인 증설과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정책을 연장시행 중이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모델3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CATL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에 연간 14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중국 보조금 제도, 배터리 원료 등 원가 절감, 인건비 여건 등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배터리 업계는 세계 시장 선두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이 부족한 우리 기업이 열세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한국 배터리 수출액이 약 4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중국과 비교해 한국 정부 지원책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이 연구개발(R&D) 과제 지원에 머물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배터리 산업 담당자도 한 명뿐이어서 사실상 산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에너지 전담 차관 산하에 '배터리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약 174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1490억달러·약 162조원) 시장을 추월하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제2의 반도체'로 자리매김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부장 업체를 지원했던 '월드클래스 300' 제도를 부활시키는 등 배터리 소재 생태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