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에도 작년 수입차 연간 판매 규모가 28만대를 넘어섰다. 1988년 승용차 시장 전면 개방 32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 고성능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신차가 출시를 앞둬 수입차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6일 전자신문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취합한 결과 2020년 수입 승용차 판매는 28만8598대로 집계됐다. 2019년보다 15.6% 증가한 수치다. 전체 승용차 시장(165만여대)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7.4%까지 치솟았다.
작년 12월 판매량은 역대 월별 최대치인 3만대까지 급증하면서 연간 판매량도 업계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애초 작년 수입차 시장 규모는 27만대에서 28만대 사이로 예상됐으나, 실제 판매량은 29만대에 육박했다.
수입차 판매 성장은 신차 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가 큰 역할을 했다. 벤츠와 BMW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E클래스, 5시리즈 신형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경쟁을 가속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수십 종 신차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 일환으로 추진한 개소세 감면은 고가 차량이 많은 수입차가 더 큰 혜택을 봤다.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벤츠 E클래스(3만3642대)였고, BMW 5시리즈(2만643대), 폭스바겐 티구안(1만1663대), 아우디 A6(1만1571대), 테슬라 모델3(1만1003대) 순이었다.
연간 판매 1만대를 넘어선 브랜드는 8개다. 벤츠는 7만7125대로 전년보다 1.7% 감소하며 다소 주춤했으나 1위 자리를 지켜냈다. E클래스 신차효과가 발휘되는 만큼 올해 판매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위 BMW는 5시리즈를 비롯한 전 차종의 고른 판매 성장으로 5만8415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3% 증가했다. 전년 3만대 이상 벌어졌던 벤츠와의 판매 격차는 1만대 수준으로 좁혀졌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아우디가 113.8% 늘어난 2만5549대, 폭스바겐이 106.9% 증가한 1만7620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신흥 강자로 떠오른 볼보도 한국 진출 이후 최대치인 1만2799대를 기록하며 21.1% 성장했다.
쉐보레는 콜로라도, 트래버스 판매 호조로 280.9% 증가한 1만2455대를 기록하며 수입차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테슬라는 1만1826대를 기록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소형차 브랜드 MINI도 전년보다 10.0% 성장한 1만1247대를 판매했다.
차량 가격 1억원대 이상 고가 브랜드인 포르쉐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포르쉐는 7877대를 팔아 84.8% 증가했다. 벤틀리는 32.9% 늘어난 424대, 람보르기니는 27.9% 증가한 330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다수 브랜드는 판매가 줄어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일본 브랜드 판매 감소세가 뚜렷했다. 렉서스가 8913대로 27.2%, 토요타가 6173대로 42.0%, 혼다가 3064대로 65.1% 각각 감소했다. 재규어(-64.7%)와 랜드로버(-37.7%), 푸조(-25.5%), 마세라티(-25.2%), 캐딜락(-16.7%), 지프(-14.5%) 등도 신차 물량 부족과 경쟁 심화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는 업계가 고성능 전기차를 포함해 50여종 이상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으면서 시장 확대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와 BMW, 아우디, 쉐보레, 테슬라 등이 신형 전기차 출시를 앞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