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파사트가 부분 자율주행 기능 등 첨단 기술을 품고 다시 태어났다.
1973년 데뷔한 파사트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세단이다. 폭스바겐이 지금껏 선보인 많은 세단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까지 3000만대 이상이 팔렸다. 국내에서도 2005년 5세대 파사트를 시작으로 2018년 파사트 GT 8세대까지 3만6000대 이상이 팔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시승한 파사트 GT는 유럽형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폭스바겐 모델 최초로 적용한 통합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와 지능형 라이트 시스템 'IQ.라이트',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IB3' 등을 탑재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시동을 걸면 2.0 TDI 엔진이 힘차게 깨어난다. 파사트 GT 라인업은 디젤 엔진으로 구성됐다. 효율을 강조한 선택이나 디젤 특유의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 엔진은 7단 DSG 변속기와 맞물려 우수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m를 발휘한다. 주행을 시작하면 엔진 회전수 2000~3000rpm 사이 실용 영역에서 충분한 힘이 나와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핸들링이나 승차감은 독일 세단 특유의 단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돌리는 만큼 정직하게 라인을 그려 나가고, 노면 정보를 운전자에게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반응이 빨라져 주행의 즐거움을 높인다. 다만 너무 단단한 서스펜션 탓에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속도를 꽤 많이 줄여야 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부분 자율주행 기능인 트래블 어시스트를 활성화했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 핵심 기술이다. 운전대 좌측에 자리한 버튼을 눌러 작동할 수 있다. 출발부터 210㎞/h 구간에서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초음파 센서를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해 활용한다.
트래블 어시스트 활성화 상태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만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음과 메시지가 뜬다. 테스트를 위해 운전대를 잡지 않으니 20초 정도에 급브레이크를 짧게 밟아 경고하고 작동을 중지했다. 유지 시간이 예상보다 짧아 아쉬웠고, 급브레이크에 깜짝 놀랐다. 정전식을 사용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움직이지 않고 가볍게 잡는 것만으로도 터치를 감지, 손쉽게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차량보다 편리했다.
터널 구간에서는 IQ.라이트라 부르는 LED 헤드램프가 빛을 발했다. 어두운 환경에서 더 넓은 범위의 도로를 최적화된 광원을 비춘다. 상시 상향등 기능을 제공하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굽은 도로에서 운전대 각도에 따라 조사 범위를 바꾸는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 순차적으로 점등하는 턴 시그널도 갖췄다.
시승차는 전륜구동 방식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4.9㎞/ℓ(도심 13.4㎞/ℓ, 고속도로 17.4㎞/ℓ)이다. 시승 당일 추운 날씨 탓인지 가평 일대 국도와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계기판으로 확인한 주행 연비는 13㎞/ℓ를 기록했다.
시승 후 외관을 살폈다. 정제된 직선을 사용해 날렵하면서 정갈한 독일 세단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전면은 크롬 그릴과 연결된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가 인상적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4775㎜, 전폭 1830㎜, 전고 1460㎜, 축간거리 2786㎜이다. BMW 3시리즈와 비슷한 크기로, 차체 대비 실내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586ℓ로, 2열을 접으면 1152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실내는 디지털화가 특징이다. 10.25인치 디지털 콕핏(계기판)이 눈길을 끈다. 시인성을 높인 깔끔한 그래픽과 해상도를 제공한다. 운전대 우측 뷰(View) 버튼을 누르면 세 가지 디스플레이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MIB3와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소재 고급화도 돋보인다. 플라스틱과 가죽 시트 소재가 기존보다 한결 매끄럽게 느껴진다. 가성비가 훌륭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답다.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앞좌석 통풍과 뒷좌석 열선 기능을 비롯해 헤드업 디스플레이, 열선 운전대, 파노라믹 선루프, 30가지 색상을 지원하는 엠비언트 라이트 등을 기본 제공한다.
첨단 기능을 갖춘 독일 중형 세단을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은 파사트 GT의 최대 강점이다. 파사트 GT 가격은 프리미엄 4433만5000원, 프레스티지 4927만원, 프레스티지 4모션 5321만8000원이다. 프리미엄 트림 기준으로 파이낸셜 프로그램 이용 시 최대 8% 할인, 차량 반납 보상 프로그램 300만원 추가 할인 등을 더하면 37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