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동산 탈세 358명 조사...인터넷 물품 팔아 '아파트' 산 '子', 고객은 '父'

김태호 자산과세국장이 7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공=국세총]
김태호 자산과세국장이 7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공=국세총]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A는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자금과 유학 중 인터넷 물품 판매로 올린 소득을 합쳐 아파트를 샀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이 자금은 아버지가 지인을 통해 송금한 금액이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부동산 거래탈세혐의자 358명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선 조사 결과 적발된 다양한 추징 사례를 공개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가주택〃 다주택 취득자, 방쪼개기 주택 임대사업자, 법인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주일가 등 358명 세무조사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무 조사 대상자 유형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누락한 중개업자, 법인 자금을 유출해 주택을 취득한 사주 일가 등 32명 △분양권 다운 계약 등 혐의자 209명 △취득 자금 증여 혐의자 51명 △관계 기관 통보 자료 기반 탈루 혐의자 66명이다.

세무조사 결과 A의 지인은 A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을 전달하고는 마치 빌려준 것인 양 허위 차입계약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물품 판매도 A의 아버지가 주변 지인들에게 미리 송금한 후 이들이 A로부터 물품을 산 것처럼 꾸민 일이었다. 국세청은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학원 운영자 B는 우회 증여 통로로 직원을 동원했다. B의 배우자(금융업 종사)는 B가 운영하는 학원 직원들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 직원들은 이를 '과다 급여 반환' 명목으로 B에게 다시 송금했다. B는 증여받은 자금으로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고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있어 국세청은 부동산 등기 자료,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등 자료를 소득·증여·상속 등 자금 원천 내역,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과 연계 분석했다.

고가 부동산을 구매한 자 중 취득 자금 등을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분양권을 다운(Down) 계약하거나, 분양 대금을 대신 낸 증여 혐의자를 함께 잡았다.

이 밖에도 이른바 '방쪼개기' 임대소득 누락 혐의도 조사됐다.

C씨는 유명 학원가 일대에 위치하는 건물·주택 2채를 불법 개조해 수십 개의 객실을 갖춘 고시원 형태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인근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수험생을 들이고, 월세를 깎아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이렇게 챙긴 현금 매출은 신고하지 않고 탈세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와 부채 상환 과정에 대한 검증을 더욱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앞서 작년 10월 법령 개정으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3억원 이상 거래에서 모든 거래로 확대됐다.

국세청은 규제지역에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돼 부채를 가장한 편법증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부채 사후관리로 증여 여부를 더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