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첫 발사가 오는 2월에서 10월로, 두 번째 발사는 올해 10월에서 내년 5월로 미뤄지게 됐다. 모두 반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주된 연기 이유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엔진 클러스터링' 관련 문제였다. 누리호의 경우 최하단부인 1단에 이를 적용했는데 조립과정의 복잡성, 공정 증가 등 이유로 지연이 불가피했다. 엔진 클러스터링이 무엇이고, 또 어떤 부분에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보자.
발사체가 지구 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엔진으로 가능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추력이 클수록 개발에 어려움도 커진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클러스터링이다. 클러스터링은 엔진 여러 개를 묶어 추력을 내는 방식이다. 누리호 1단의 경우 75톤 엔진 4기를 묶어 300톤 추력을 낸다. 300톤 추력은 300톤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클러스터링은 우주개발 초기부터 활용됐다. '아폴로 11호'가 발사될 때 쓰인 '새턴V'도 클러스터링을 활용했다. 700톤 추력 엔진 5기를 묶어 3500톤 추력을 냈다. 소련의 '소유스' 발사체도 엔진 4기 클러스터링 방식이다.
클러스터링이 널리 쓰인 이유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에서 찾을 수 있다. 클러스터링은 기존 엔진을 활용하면서 숫자만 늘린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성과 신뢰성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하나의 엔진을 개발해 이를 여러 단에 적용하는 기반이 된다. 누리호의 경우 1단과 2단에 같은 엔진을 활용한다. 75톤 엔진을 4기 엮어 1단에 쓰는데, 2단에도 이 75톤 엔진이 그대로 1기 쓰인다.
엔진 개발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수반한다. 만약 75톤 외에 300톤 엔진을 클러스터링 없이 만들어야 한다면 짧은 시간 내 누리호 발사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어가 주된 문제가 된다. 엔진 여러 기를 묶는 만큼 1기를 쓸 때보다 배관을 비롯한 각종 요소 구성이 복잡해지고, 제어가 어렵다. 4기 엔진이 동등한 추력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이 깨지게 되면 발사체가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게 되고, 원하는 경로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는 발사 실패로 이어진다. 동시에 엔진 4기가 불을 뿜고, 이들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그만큼 연료와 산화제를 동시에 같은 조건으로 각 엔진에 공급해야 하고, 엔진 추력 오차를 정밀하게 따질 수 있어야 한다. 클러스터링이 고추력 엔진을 만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지, 큰 도전임에는 다름이 없다.
누리호 완성은 뒤로 늦춰졌다. 다만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엔진 클러스터링이 적용된 누리호 1단은 현재 각 구성품 납품을 마치고 조립을 기다리는 중이다. 연초까지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1단을 2·3단과 조립해 인증모델을 구성하고, 발사를 위한 갖가지 검증에 나서게 된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 1단은 연료, 산화제 탱크에서 각 엔진으로 이어지는 배관, 밸브류, 각종 시스템 규모가 엔진 1기를 쓸 때보다 거의 4배에 달해 공간을 확보하는 설계 및 조립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며 “현재 진행하는 1단 종합연소시험을 마치게 되면 클러스터링을 비롯한 1단 성능은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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