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e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인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대면 소비 증가 추세에 드라마·아이돌 등 콘텐츠 한류 열풍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한국 상품'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이 되면서 태극기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1위 e커머스 쇼핑몰 '쇼피'에서 한국발 상품 판매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년 대비 판매품목 증가율은 2018년 182%, 2019년 164%를 각각 기록했다. 2020년은 20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 머물면서 쇼피 셀러로 입점한 '사이버 보따리상'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 쇼피 셀러는 2020년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고, 일별 거래액과 주문건 모두 500% 이상 성장률을 보였다.
기존 뷰티 카테고리에 한정된 인기 품목도 패션, 식품,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제품을 접하게 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높아진 덕분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동남아 5개국에서 한국 방송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2.1%로 약 3억5000만명에 이른다. 현지 플랫폼들은 K-팝 아이돌을 홍보 모델로 대거 섭외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3국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 구매력이 높은 거점 지역이다. 쇼피는 이들 3개국에 '한국관' 카테고리를 별도로 구축하고 셀러들은 배너나 제품 사진에 '태극기' 마크를 붙이는 등 방법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쇼피코리아 관계자는 “태극기가 붙어 있는 셀러는 한국 제품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 줘 인기가 더 많은 편”이라면서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음에도 한국 제품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는 중소 브랜드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뷰티 리셀러 브랜드 '코스블라'의 경우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생활 소비재 브랜드 '쿤달'은 전월 대비 평균 200% 성장세를 최근 수개월 동안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브랜드 '누누핑거스'는 현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루 매출이 이전보다 60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장을 타깃으로 한 역직구(크로스보더)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짙다. 시장 자체가 연평균 30~35%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매년 새롭게 유입되는 e커머스 유저가 10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지 브랜드가 부족한 탓에 해외 직구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등 국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셀러 입장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 수수료가 3%에 불과해 다른 플랫폼 대비 수익률이 높은 데다 쇼피가 최근 통합 물류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배송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e커머스 시장 대비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캠페인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