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에 참여하는 제조 기업이 서비스 기업에 비해 이행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RE100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RE100 이행률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경제성을 확보하고 기업 참여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13일 한전경영연구원이 블룸버그ENF 자료를 재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제조 분야 기업의 RE100 이행률은 금융과 정보기술(IT)·금융 등 서비스 기업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산업 부문별로 이행률에 격차가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IT 기업(서비스) 68.8% △금융 기업(서비스) 53.8% △재료·소비재 기업(제조업) 42.0% △소매·유통 기업(서비스) 31.0% △기계·조립 기업(제조업) 9.2% 이행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업 기업의 RE100 이행률은 높은 반면 제조업의 RE100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참여하는 IT 부문은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한 전력조달 비중이 높고, RE100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알리안츠·블룸버그·씨티그룹·JP모건이 참여하는 금융 분야에서도 이행률이 높았다.
이에 반해 제조업은 3M과 코카콜라 등이 참여하는 재료·소비재 기업의 RE100 참여가 활발하지만, BMW와 GM 등이 참여하는 기계·조립분야는 RE100 이행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에너지원 중 전력 사용 비중이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아 RE100 유인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부문 에너지 사용 중 전력 비중은 48.5%로 영국(37.1%), 일본(36.0%), 독일(34.2%), 미국(24.0%)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또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도 우리나라가 29.2%로 독일(22.7%), 일본(20.4%), 미국(11.3%), 영국(9.9%)보다 높다.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이 독일, 일본보다 높고 서비스업이 발달한 미국·영국과 비교하면 약 3배가 차이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올해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경제성을 확보하고, 산업구조 변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여전히 소매요금보다 높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화력발전과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경제성 확보, 거래제도 변경, 산업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RE100 제도가 활성화하면 기업 참여효과와 함께 RE100 제도 파급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정부가 도입한 한국형 RE100은 글로벌 RE100과 다르게 연간 전기사용량이 100GWh 이하인 기업도 참여 가능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받는다”면서 “제도가 보다 역동적이고, 기업 참여 유인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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