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폴란드 공동연구진이 낮은 에너지의 빛을 쏘여도 큰 에너지의 빛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광사태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차세대 태양전지, 바이러스 진단, 자율주행자동차 라이다 기술 향상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영덕·남상환 한국화학연구원 박사팀은 미국·폴란드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특수한 구조의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이 나노입자에 작은 에너지의 빛을 쏠 때 물질 내에서 빛 알갱이가 더 큰 에너지의 빛으로 연쇄 증폭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일반 물질은 에너지를 흡수하면 열 등으로 일부 에너지를 소모한 뒤 더 낮은 상태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반면 특정 나노물질은 작은 에너지를 흡수해도 특정한 격자 안에서 광자가 서로 합쳐져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한다. 이를 각각 하향변환, 상향변환이라고 부른다.
상향변환 나노 물질(UCNP)을 이용하면 측정하고자하는 시료를 제외한 이물질에 빛이 잘 도달하지 않아 노이즈가 적게 발생한다.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료 손상도 덜 하다.
이런 이유로 상향변환 물질은 차세대 바이오 의료 기술, IoT 기술, 신재생 에너지기술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아 최근 연구가 활발하다.
문제는 UCNP의 광변환 효율이다. 효율이 1%이하로 매우 낮기 때문에 상용화에 근접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높은 광변환 효율을 갖는 UCNP를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톨륨'(Tn)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했다.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이자 빛이 물질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마치 눈사태처럼 증폭이 일어난다고 해서 '광사태'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이 만들어낸 광사태 현상 나노입자의 광변환 효율은 40% 이상이다. 작은 에너지의 빛 알갱이 100개를 흡수하면 40개 정도가 큰 에너지의 빛으로 전환된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을 쬐어 빛으로 보기 힘든 매우 작은 2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특히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의 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연구팀과 공동으로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영덕 박사는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는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가 기존 실리콘태양전지보다 작아 효율 향상에 한계가 있는데, 광사태 나노입자가 긴 파장대의 빛을 흡수해 짧은 파장대의 빛으로 변환해주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태양전지는 1100나노미터의 긴 파장대 빛까지 흡수해 800나노미터 이하의 빛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보다 4∼5% 효율이 높다. 광사태 나노입자가 1064나노미터 빛을 흡수해 800나노미터 빛으로 다시 방출해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에 쬐어주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와함께 자율주행 자동차에 쓰이는 라이다 검출기 제작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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